또 반복된 WBC 1차전 징크스...이강철호, 호주에 충격패 '8강행 가물가물'

입력
2023.03.09 15:57
한 수 아래 호주에 7-8 패
김원중, 양현종 뼈아픈 3점 홈런 허용
강백호 2루타 치고 기뻐하다 태그아웃 찬물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야구 대표팀이 호주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한 수 아래로 여겨진 호주를 상대로 첫 경기부터 패하며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 가능성이 커졌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9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 B조 조별리그 호주와 1차전에서 7-8로 졌다. 호주의 ‘장타쇼’에 마운드가 힘 없이 무너졌다. 이로써 5개 팀 중 상위 두 팀이 오르는 8강 진출에 빨간 불이 켜졌다.

B조는 일본이 워낙 압도적인 1강이라 한국과 호주가 2위를 다투는 구도였다. 2013년 3회 대회, 2017년 4회 대회 당시 1차전 패배를 당하고 1라운드 탈락 굴욕을 맛봤던 대표팀은 이번에도 ‘1차전 징크스’를 극복하지 못했다. 10일 예정된 숙명의 한일전도 한껏 분위기가 가라앉은 채로 치를 수밖에 없게 됐다.

출발부터 불안했다. 호주전 표적 선발 고영표(KT)가 3회까지 잘 던지다가 4회부터 흔들렸다. 4회초 세 명의 타자를 상대로 4사구 2개와 내야 안타를 허용하며 무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7번 로건 웨이드에게는 외야 희생 플라이로 첫 실점을 했다. 계속된 1·3루에서는 후속 타자를 병살타로 처리하고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다. 5회초엔 선두 타자 팀 케넬리에게 커브를 공략 당해 솔로포를 맞고 강판했다.

4회까지 단 한 명도 출루하지 못하고 끌려가던 대표팀 타선은 양의지(두산)가 분위기 반전을 주도했다. 양의지는 2사 1·2루에서 바뀐 좌완 사이드암 투수 대니얼 맥그레스의 3구째 체인지업을 걷어 올려 좌중월 역전 3점포를 터뜨렸다. 단숨에 3-2로 전세를 뒤집은 대표팀은 6회말 2사 후 이정후(키움)의 안타에 이어 박병호가 왼쪽 담장 상단을 직격하는 1타점 적시타를 날렸다.

승기를 잡는 듯 했지만 호주에 다시 대포 한방을 맞고 리드를 뺏겼다. 7회초에 소형준(KT)이 등판하자마자 몸에 맞는 볼과 중전 안타로 무사 1·2루 위기를 맞았고, 후속 타자의 희생 번트로 1사 2·3루를 만들었다. 이강철 감독은 대표팀 불펜에서 가장 믿고 있는 김원중(롯데)을 투입했지만 삼진 1개를 잡은 뒤 3번 로비 글렌디닝에게 뼈아픈 3점 홈런을 맞았다.

재역전을 당한 대표팀은 7회말 공격이 두고두고 아쉬웠다. 1사 후 최정(SSG)의 대타로 나간 강백호(KT)가 한화에서 뛰었던 워윅 서폴드를 상대로 2루타를 쳤지만 세리머니를 하던 중 2루 베이스에서 발이 떨어졌고, 이 때 2루수에게 태그 아웃됐다. 후속 타자 양의지가 안타를 쳤기 때문에 아쉬움은 더욱 컸다.

8회초에는 베테랑 양현종(KIA)이 결정적인 한 방을 맞았다. 1사 후에 등판한 양현종은 연속 안타 2개를 허용하더니 8번 로비 퍼킨스에게 초구 직구를 통타 당해 쐐기 3점포를 내줬다. 점수는 4-8로 벌어져 사실상 분위기가 호주로 넘어갔다.

대표팀은 8회말 호주 불펜이 흔들리며 박병호의 밀어내기 볼넷, 김현수(LG)와 오지환(LG)의 내야 땅볼 때 각각 1점씩 보태 7-8까지 추격했지만 계속된 2사 만루에서 나성범(KIA)이 파울 홈런 후 삼진으로 물러나 추가 득점에 실패했다.

도쿄 김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