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 사태 근원을 '전임 지사의 무리한 투자'로 돌린 여당의 주장에 당사자인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가 발끈하고 나섰다. 여당 지적이 사실이 아닐뿐더러 이 같은 정치적 처세가 시장 불신을 키워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최 전 지사는 25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시장에서는 강원도의 레고랜드 개발 지급보증 거절을) 정치가 경제를 아무 이유 없이 망칠 수 있구나 이렇게 인식이 됐던 것"이라고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결정을 강하게 질타했다.
레고랜드 사태는 사업자인 강원도 산하 강원중도개발공사가 자금 조달을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에서 발행한 2,050억 원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지난 9월 말 만기가 돌아왔지만 연장이 되지 않고 미상환 상태에서 지난 6일 부도 처리된 것을 말한다. 강원도가 만기 연장 대신 "법원에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 신청을 내겠다"고 밝히며 사태를 키웠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연초 1.55%였던 기업어음(CP)금리는 21일 기준 4.25%로 급등했다. 지난달 말 3.27% 수준에서 레고랜드 사태 이후 1%포인트 가까이 치솟으며 자금시장 위기 '트리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 전 지사는 레고랜드 사태가 발생한 배경을 2단계로 나눴다. ①김진태 지사가 중도개발공사 회생신청을 언급했을 때와 ②파장이 커지자 여권이 최 전 지사 본인의 방만 경영을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했을 때다.
그는 강원도의 재정상황을 무시한 무리한 투자였다는 여권의 주장에 "중도개발공사는 흑자기업"이라며 스튜디오에 재무제표를 갖고 왔다. 이어 "(이달 6일 강원도가) 회생절차를 발표하기 전날 증권회사와 (개발공사가) 빚 갚는 걸 연장하기로 합의가 된 상태였다. 회사 임직원들하고 얘기하지 않고 소통하지 않고 그냥 발표를 해버렸던 것"이라고 김 지사를 질타했다.
이후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정부가 채권시장에 50조 원 이상을 수혈하겠다고 발표하자, 여권은 최 전 지사의 방만 경영을 질타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최 전 지사는 "도의회 승인을 세 차례 받았고, 회의록도 남아 있다. 행정안전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 승인도 받았다"고 반박했다.
특히 최 전 지사의 실책을 주장하는 여권에 대해 "계속 전임 도지사를 공격하는 거 보니까 (시장은) 진짜 안 갚겠구나, 이렇게 생각했던 것"이라며 "이게 2차 사고"라고 꼬집었다. "(여권 주장이) 사실도 아니지만 설사 그렇다고 해도 빚을 안 갚을 이유는 아니다"는 지적이다.
뒤늦게 강원도 예산을 투입해 중도개발공사의 채권 2,050억 원을 갚겠다고 한 김진태 지사의 발표에 대해 "뒤늦게나마 예산을 투입해 방어를 잘했는데, (애초에) 그 돈은 안 들어가도 될 돈"이라고 짚었다. 회생신청을 하지 않고, 중도개발공사를 "그냥 뒀으면 차차 (채권 만기를) 연장해가면서 빚을 갚아갈 것"을 애꿎은 혈세로 막았다는 말이다.
최 전 지사는 "정치가 경제에 대해서 면밀하게 접근하고 가능하면 입을 닫아야 한다. 국민들에게 고통을 주고 국고가 낭비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