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가장 큰 피해 낸 태풍, '사라'도 '매미'도 아니다?

입력
2022.09.03 13:00
힌남노, 중심기압 '역대급'으로 낮을 듯
피해 가장 컸던 태풍은 2002년 '루사'
태풍 강도가 피해액과 비례하진 않아

전례 없는 강도로 다가오는 제11호 태풍 '힌남노'는 5일 밤 제주도 인근에 접근해 6일 새벽에는 경남 남해안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된다. 2일 기상청이 예측한 상륙 시점 중심기압은 950헥토파스칼(hPa), 최대풍속은 초속 40~50m에 달한다.

이 같은 힌남노는 2003년 남부지방을 초토화한 '매미'에 비유되고 있다. 그만큼 매미가 남긴 피해가 크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기상관측 이래 한반도를 휩쓸고 간 태풍 중 가장 강력한 태풍이 매미였을까.

중심기압 기록은 '사라', 풍속은 '매미'

현 상태가 유지된다면 힌남노는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역대 태풍 중 가장 낮은 중심기압을 기록하는 태풍이 될 수도 있다. 태풍의 중심에서 해면기압으로 측정하는 중심기압이 낮으면 바닷물을 누르는 힘이 약해져 폭풍해일이 발생하거나 바닷물이 역류해 해안지역 피해가 커진다.

역대 태풍 중 가장 낮은 중심기압 기록은 1959년 '사라'다. 당시 부산에서 951.5hPa이 관측됐다. 두 번째로 낮은 건 2003년 매미 때 경남 통영군에서 관측된 954hPa이다. 2020년 연달아 찾아온 '마이삭(957hPa)'과 '하이선(957.6hPa)'도 중심기압이 낮은 편이었다.

힌남노는 매미가 세운 일 최대풍속(10분 평균 최대풍속)이나 순간최대풍속 기록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매미는 태풍 풍속 관련 최고 기록을 모두 갖고 있는데, 일 최대풍속은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에서 측정된 초속 51.1m, 순간최대풍속은 고산리와 이도동에서 측정된 초속 60m가 가장 높았다. 당시 풍속계가 측정할 수 있는 최대치가 초속 60m라 실제로는 더 빨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 최대풍속은 2016년 차바(초속 49m), 2020년 마이삭(초속 45m)도 높게 기록됐다.

피해 규모는 '루사'..."태풍 강도가 피해액과 비례하는 건 아냐"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은 태풍은 사라와 매미지만 가장 큰 피해를 입힌 태풍은 2002년 '루사'였다. 당시 루사는 중심기압 960hPa, 최대풍속 초속 36m 수준으로 전남 고흥군으로 상륙한 뒤 22시간 동안 우리나라 중심을 천천히 관통하며 엄청난 양의 비와 바람을 토해냈다. 태풍이 강원 동해안으로 빠져나가면서 특히 영동지방 피해가 극심했는데, 강릉시에는 이틀간 무려 900㎜에 가까운 비가 내리면서 그야말로 '물난리'가 났다.

루사는 총 5조1,479억 원의 재산 피해를 냈고, 246명이 죽거나 실종됐다. 이재민은 7만 명이 넘었다. 역대 가장 인명 피해가 컸던 태풍은 사라(849명)지만, 기준을 1980년 이후로 놓고 보면 셀마(1987년, 345명) 다음으로 루사의 인명 피해가 많았다. 중심기압, 풍속 등이 피해 정도와 비례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중요한 것은 철저한 대비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반 루사와 매미 등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판단, 2008년 국가태풍센터를 설립하고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하는 모든 태풍에 대한 24시간 감시와 예측, 예보 기능을 강화했다. 외국 정보에 의존해야 했던 이전에 비해 더 빠르게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재해방지시설 등 사회 인프라가 개선된 것도 피해 감소에 큰 역할을 했다. 2016년 차바가 '매미급' 강풍을 몰고 왔지만 인명 피해(10명)와 재산 피해(2,000억 원) 모두 상대적으로 적었다.

기상청 관계자는 "비슷하거나 더 강한 태풍이 온다고 같은 피해가 나거나 비슷한 영향을 받는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힌남노가 전례 없는 수준의 중심기압을 유지한 채 들어올 확률이 높아 충분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곽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