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5세 학교 40분 수업은 고문" VS "초1 수업 벨 울리는 시간 다르게"

입력
2022.08.01 13:00
정부의 만 5세 조기취학 정책 놓고 갑론을박
박순애 "조기교육 출발 공정하게...교육격차 해소"
유아교육계 "유아교육을 공교육·의무교육화해야"

이르면 2025년부터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6세에서 만 5세로 낮추는 정부의 학제개편안 발표에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교육부가 밝힌 핵심 골자이자 주된 논란은 '교육격차 축소', '아이들의 빨라진 학습능력에 따른 교육' 등이다.

이에 대해 박다솜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조 위원장은 1일 "정말 교육격차 해소하고 싶다면, 유아교육을 공교육·의무교육 체제로 바꿔 나가면 되는 것"이라며 "만 5세의 발달시기가 빨라진 건 아니다. 40분 학교 수업은 고문"이라고 주장했다.

만 5세 학교 수업에 따른 우려에 대해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수업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면 된다"며 각 학교마다 점심시간이 다른 점을 언급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만 5세 조기취학에 대해 "현장에서 굉장히 많은 분노가 일 정도"라고 밝혔다. 그 이유는 "며칠 전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유아 의무교육을 제안하면서 조기취학을 해야 한다, 이런 뉘앙스의 발표를 해서 약간 떠보는 것 같은 움직임이 이상했다"며 "그런데 현장에서 의견 수렴하거나 이런 절차가 없었기 때문에 이렇게 급작스럽게 정책으로 발표할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특히 교육격차를 위해 만 5세 조기취학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박 위원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교육효과를 증대하기 위해서 의무교육 연령을 낮춰서 유아기 교육을 의무교육화해 나가는 논의가 필요하고, 실제로 그렇게 하는 국가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만 5세 조기취학은 이런 노력을 하기 힘드니까 유아교육 체제개편 의지는 전혀 없고 그냥 지금 있는 체제에서 쉽게 가려고 하고, 또 경제적인 효율성 위주로 따져서 나온 정책 같다"고 설명했다.


'저출산 현상으로 경제활동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보니, 한 살 줄이면 경제활동 인구를 더 많이 공급할 수 있는 거 아니냐'는 질문에 "경제 논리로 교육을 바라보는 쪽의 의견, 즉 학제개편을 찬성하는 일각의 주장"이라며 "저출산 문제를 입직연령을 낮춰서 노동인구나 생산가능인구를 늘리는 것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급한 불 끄기'식의 단기적인 미봉책밖에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의 발달상태 등 지적능력이 이전에 비해 빨라졌다는 교육부의 주장에 반기를 들었다. 박 위원장은 "표면적으로 보기에 요새는 조기에 사교육을 하는 가정이 많기 때문에 아이들이 똑똑해졌다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다"면서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이 진짜 발달시기가 빨라진 건 아니다. 만 5세는 아직 놀이를 통해서 배워 가는 시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만 5세가 집중력 있게 학교 수업을 따라가긴 힘들다는 분위기도 전했다. 박 위원장은 "초등학교에서 40분 동안 책상 의자에 앉아 교과서를 보는 수업을 하는데, 만 5세 같은 경우 15~20분도 가만히 앉아 있기 힘들어하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 아이들을 초등학교에서 40분 동안 흥미도 없는 내용을 갖다 주고서 하라는 건 고문이다. 학습도 아니고 배움도 아니고 그 어떤 것도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럼에도 현행 교육체계에서도 원하면 만 5세에 학교 입학을 할 수 있다. 박 위원장은 이에 대해 "생일이 빠른 만 5세 아이들의 경우 조기입학할 수는 있다"면서도 "요새는 학부모들이 그런 것을 원하지 않는 추세"라고 말했다. 적응 등에 문제가 발생해서다.

다만 그는 교육부가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나뉜 유아교육과 보육을 통합하는 '유보통합' 추진에 대해선 긍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박 위원장은 "어느 정도 제도가 통합이 되더라도 '연령 이원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교육자격이나 양성체계가 확연하게 다르기 때문에 연령 구분 없이 통합할 경우 교육의 질 제고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만 5세 학교 40분 수업 어렵다면 벨 울리는 시간 다르게..."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도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만 5세 조기취학 정책 논란을 해명했다.

그는 경제적 논리 즉 저출산, 고령화 문제의 대안으로 만 5세 취학이 등장한 것은 아니라며 "이 정책을 추진하게 된 것은 학령 인구가 감소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조기에 출발선상에서 아이들이 공정한 교육기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라며 "아이들 개개인의 잠재력이 발현되기 위해 교육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집안 형편에 따라 조기교육의 유무가 있으니 이를 공교육을 통해 해소하겠다는 발상이다.

만 5세가 학교 수업 40분을 집중력 있게 할 수 없다는 지적에 대해선 "과거에 비해서 우리 아이들의 성장과 발달, 그리고 지식 습득 속도가 굉장히 빨라지고 있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따라서 만 5세 아이들도 충분히 수업을 받을 수 있을 거라 보는데, 우리가 수업시간에 탄력적 운영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 장관은 '수업의 탄력적 운영'에 대해 "초등학교에서 점심시간을 모두 다르게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업시간을 줄일 수도 있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그는 "(수업) 시간을 달리 해서 점심시간을 달리하는 건데, 만약에 초등학교 학생의 어떤 상태가 40분 집중하기 어렵다면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에 대해선 (수업) 벨 울리는 시간을 조금 다르게 갈 수 있지 않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학부모님들이나 관련 단체들에서 우려사항을 주신다면 사회적 합의를 이뤄 나갈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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