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내내 기다렸어. 이거 잘못하면 더위 먹겠어.”
26일 낮 12시 50분, 서울역 임시선별검사소. 검사 시작 시간까지 10분이 남았지만, 대기자 수는 벌써 25여 명을 헤아렸다. 60세 이상이거나 가족 등 동거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려 유전자증폭검사(PCR)를 받아야 하는 이들이다. 수은주가 34도를 찍는 등 찌는 듯한 중복 더위에 아스팔트 열기까지 더해져 시민들의 얼굴은 죄다 땀으로 범벅됐다.
검사소 앞에 햇볕을 피할 수 있도록 설치된 천막도 대기 인원이 40명을 훌쩍 넘기자 무용지물이었다. 땡볕에서 한 시간을 기다렸다는 조모(59)씨는 “확진된 남편을 입원시키고 바로 검사를 받으러 오느라 양산도 못 챙겼다”면서 연신 손부채질을 해댔다.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역 임시검사소를 찾은 시민들도 더위에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싱가포르에서 이날 귀국한 해외입국자 송모(21)씨는 검사소에 비치된 양산을 빌려 썼다. 그는 “이런 날씨엔 두 번 다시 검사를 받고 싶지 않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 신규 감염이 줄면서 지난달 1일부터 단계적으로 임시검사소 문을 닫았다. 그러나 한 달 만에 확진자 수가 사흘 연속 7만 명을 웃도는 등 급격히 재확산 조짐을 보이자 임시검사소를 다시 운영하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폐쇄된 서울역 검사소도 25일 운영을 재개했다. 26일 기준 전국에서 운영 중인 임시검사소는 서울 9곳 포함, 15곳이다.
폭염에 노출되기는 의료진도 마찬가지다. 답답한 방호복까지 입어 괴로움이 두 배다. 서울역 검사소에서 만난 의료진 박모(30)씨는 KF94 마스크, 페이스 쉴드, 전신을 덮는 방역 가운, 그리고 덧신까지 착용한, ‘완전 무장’ 상태로 피검자들을 맞이했다. 이번이 두 번째 파견이라는 박씨는 “오후 9시 종료시간까지 교대 없이 두 명이 계속 일해야 한다”며 “냉방을 해도 컨테이너 시설물이라 실내 온도가 28도 밑으로 떨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일선 의료진은 이미 코로나19 재유행에 따른 검사 규모 폭증을 피부로 체감하고 있다. 고속터미널역 검사소 직원은 “운영 재개 후 평일엔 하루 300~400명, 주말엔 500~600명을 검사했다”며 “이전에 비해 100명은 족히 늘어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질병청은 PCR 검사 증가에 대비해 이달 말까지 임시검사소를 전국 70개소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지만, 전문가들은 재확산을 막기엔 역부족이라고 지적한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임시검사소를 70개로 늘려도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면서 “지역별로 인구 수나 검사 수요에 따라 검사소를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