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향년 95세로 세상을 떠난 방송인 송해(본명 송복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빈소에는 이날 오후부터 연예계·방송계·정계 등 각계 인사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연예계의 큰형님'이었던 송해를 떠나보내는 조문객들의 표정에선 황망함과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장례식장에는 반세기 넘게 희극인으로 살았던 송해를 추모하는 조화가 늘어섰다. 빈소 앞 복도에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추경호 경제부총리, 김의철 KBS 사장 등이 보낸 조화를 비롯해 가수 나훈아, 설운도, 개그맨 임하룡 등이 보낸 조화도 보였다. 오후 6시 30분쯤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보낸 조화도 빈소에 놓였다.
이날 송해의 빈소를 가장 먼저 찾은 조문객은 개그맨 유재석과 조세호였다. 이들은 조문 시작 전인 오후 3시 48분쯤 검은 정장 차림으로 장례식장에 도착해 조문을 마치고 떠났다. 유재석은 김학래, 최양락, 강호동 등 후배 희극인 10여 명이 모여 꾸린 장례위원단 위원이다. 장례위원장은 엄영수(개명 전 엄용수) 방송코미디언협회장이다.
가수 김흥국이 뒤이어 빈소를 찾았다. 김흥국은 오후 4시 32분쯤 조문을 마친 후 취재진을 만나 "송해 선생님은 연예계의 아버님, 그 연세에 끝까지 마이크를 잡고 전국을 누비던 후배들의 엄청난 귀감"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가 길어졌는데, 그렇지 않고 전국을 다니며 사회를 보셨다면 150세까지도 사실 분인데 그 부분이 아쉽고, 고향(황해도)을 끝내 못 가신 게 특히 안타깝다"며 기도를 올리기도 했다.
송해가 생전 가장 아낀 동향 후배로 알려진 방송인 이상벽도 빈소를 찾았다. 그는 "1시간 프로그램이면 1시간 전에, 2시간 프로그램이면 2시간 전에 1등으로 나와 방송을 준비했고, 그렇게 최후의 일각까지 무대를 지키다 가신 존경스러운 분"이라고 회상했다. 이상벽은 송해의 별세로 공석이 된 KBS '전국노래자랑' MC를 맡아 달라는 제안을 받으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고인은 기네스북에도 등재된 MC인데,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겁이 난다"며 "프로그램에서 송해 선생님의 위력이 대단했던 만큼, (방송을) 잠깐 멈추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빈소에는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대표, 가수 쟈니리와 조영남 등도 방문했다.
박보균 장관은 이날 오후 6시쯤 빈소를 찾아 송해에게 직접 금관문화훈장(1급)을 추서했다. 이로써 송해는 국내 희극인 중 최초로 금관문화훈장을 받은 방송인으로 기록됐다. 박 장관은 "송해 선생님은 국민이 기쁘고 즐거울 때 흥겨움을 북돋우고, 국민이 어렵고 힘들 때 희망과 용기를 주시던 분으로 많이 그리울 것"이라며 "우리 사회에 희망과 용기를 줬고, 우리 방송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는 공적을 기려 훈장을 추서했다"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추모의 뜻을 담아 전달한 조전도 읽었다. 윤 대통령은 조전을 통해 "별세 소식에 슬픈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반세기 넘는 기간 동안 가수이자 코미디언, 국민MC로 활동하며 국민들에게 큰 웃음과 감동을 선사하고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에 매진하셨다"며 "일요일 낮이면 선생님의 정감 어린 사회로 울고 웃었던 이웃의 정겨운 노래와 이야기는 우리 마음속에 오랫동안 남아 있을 것"이라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KBS '전국노래자랑' 진행자로 각인된 송해는 이날 오전 자택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고, 다시 눈을 뜨지 못했다. 송해의 장례는 코미디협회장으로 3일장으로 치르며, 발인은 10일 오전 5시다. 장지는 대구 달성군 송해공원 뒷산이다. 이곳은 4년 전 지병으로 먼저 세상을 뜬 아내 석옥이 여사가 잠들어 있는 곳으로, 생전 고인의 뜻에 따라 부부가 함께 안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