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전 한글 배우는 카드 놀이가 있었다

입력
2022.05.20 04:30
25면

서재를 정리하다 흥미진진한 뜻밖의 책을 발견했다. '자맞춤딱지 노는 법(이하 '노는 법')'이란 책으로 일제강점기에 한글 글자로 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든 '자맞춤딱지'의 설명서이다. '자맞춤딱지'와 그 해설서인 '노는 법'은 1938년 조선어학회에서 발간한 '한글' 통권 62호와 당시의 신문에 사진과 함께 실린 기사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자맞춤딱지'는 한글 자모를 활용해 글자와 단어를 익히는 카드이다. 한글 자모를 닿소리와 홀소리에 각각 14장의 붉은패, 푸른패 56장이 한 벌이다. '딱지'는 한글 자모, 그림, 숫자뿐만 아니라 색도 조합해 여러 방법으로 놀이를 할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딱지'는 안타깝게도 아직 실물은 보지 못했다.

'노는 법'은 '패의 종류, 놀이에 쓰는 말, 패를 치고 나누는 법, 편 가르는 법' 등이 포함된 '먼저 알아야 할 몇 가지', 33가지의 놀이 이름과 노는 법이 설명된 '놀이의 이름과 노는 법', 마지막에 '남은 말씀'으로 구성되었다. 놀이에 쓰는 말은 '패잡이, 첫손, 손패, 깔패, 들패, 머리패, 걸러, 나헤(다 이루었을 때 내는 소리)' 등 고유어로 했다. 놀이 이름과 노는 법은 '글자 놀이', '소리 놀이'는 각 5개, 낱말 놀이 8개, 글 놀이 7개, 그림 놀이 3개, 수(數) 놀이 5개를 합해 모두 33가지의 놀이 방법이 설명되어 있다.

요즘도 아이들이 한글을 처음 배울 때 한글 자모 자석, 낱말 카드, 영상 등 다양한 도구를 활용한다. 80년 전의 '자맞춤딱지'도 '글자'로 갈증을 해결해 주는 샘물과 같은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황용주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