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민간인을 공격하고 살해한 러시아군에 대한 재판을 처음으로 진행한다. 러시아군의 잔혹행위를 ‘전쟁범죄’로 규정하기 위한 증거를 확보해 러시아를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리나 베네딕토바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은 11일(현지시간) 러시아군 포로 3명과 러시아군 1명을 민간인 살해 혐의 등으로 재판에 회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군 포로 중 신원이 밝혀진 이는 칸테미로프스카야 탱크 사단의 바딤 시시마린(21) 하사다. 그는 2월 28일 수미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을 피해 차량을 훔쳐 도주하다 자전거를 타고 가던 60대 비무장 남성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군 상관으로부터 신고하지 못하도록 민간인을 살해하라는 명령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죄가 인정되면 최대 15년형을 선고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러시아군 포로 2명은 2월 24일 제2도시 하르키우에서 민간인 거주 지역을 향해 로켓포를 발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 검찰은 신병이 확보되지 않은 러시아군 1명에 대해서도 민간인 살해 혐의로 기소할 방침이다. 검찰에 따르면 러시아군인 미하일 로마노프는 3월 키이우 인근 브로바리 지역에서 민가에 침입해 남성을 살해하고 그의 아내를 여러 차례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그의 신원과 범죄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베네딕토바 총장은 “로마노프가 어디 있는지 모르지만 그가 없더라도 기소할 방침”이라며 “범죄자들에게 우리가 끝까지 찾아낼 것임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검찰은 개전 이후 지금까지 1만700건 이상의 전쟁범죄 신고를 접수해 조사하고 있다. 신고내용에는 민간인 살인, 방화, 강간, 고문, 시신훼손 등 참혹한 만행들이 포함됐다. 베네딕토바 총장은 “현재까지 접수된 신고 대부분은 키이우 등 북부 지역에서 일어난 것이지만 현재 러시아군이 점령한 동남부에서 더 많은 전쟁범죄가 발생했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번 재판은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러시아에 전쟁범죄 혐의를 적용하는 것과는 별개다. 우크라이나 검찰은 전쟁범죄 혐의 입증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자체적으로 법적 절차를 추진해 러시아를 압박할 방침이다. 로버트 골드만 아메리칸대 교수는 “전쟁이 끝날 때보다 지금 재판을 하는 것은 목격자 증언을 포함한 다양하고 생생한 증거를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며 “또 전쟁 포로에 대한 법적 절차가 진행되는 것만으로도 러시아에 상당한 압박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