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세대분리+일시적 2주택… 양도세 6억원 절감한 이종섭 후보

입력
2022.04.2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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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 집 팔아 10억원 차익 내고 1147만원 납세
장녀 독립해 3주택 중과 피해… '일시보유' 혜택도
매각 한 달 만에 같은 송파구에 아파트 매입 '구설'

이종섭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3년 전 서울 잠실 아파트를 팔아 10억 원 넘는 시세 차익을 거뒀고 다주택 보유 세대인데도 양도세를 1,100여만 원만 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이 후보자 가족이 함께 살던 딸을 별도 세대로 분리하는 방법 등을 동원해 다주택자 중과를 피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21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후보자는 2019년 5월 부부 공동 소유였던 서울 송파구 잠실동 A아파트(84.99㎡)를 16억2,000만 원에 매각했다. 해당 아파트는 재건축을 거쳐 2008년 7월 완공됐는데, 이 후보자는 2004년 12월 기존 주택(41.51㎡)을 4억6,300만 원에 매입했고 재건축 과정에서 분담금 9,000만 원가량을 냈다. 규정상 이 후보자가 얻은 양도차익(매각가-원주택 매입가-재건축 분담금)은 10억6,700만 원이다. 하지만 이 후보자 부부가 그해 9월 양도세로 납부한 금액은 차익의 1% 수준인 1,147만 원이었다.

아파트 매각 당시 이 후보자 가족은 △부부 공동 명의로 경기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 B연립주택(107.88㎡) △장녀 명의로 서울 동작구 사당동 C아파트(46.75㎡)를 소유하고 있었다. 주택을 보유한 식구들(이 후보자, 부인, 장녀)이 동일 세대였다면, 이 후보자는 3주택자로 간주돼 양도세가 6억5,000만 원가량 부과됐을 거라는 게 세무사들의 견해다. 서울을 포함한 조정대상지역에선 주택 매매차익이 5억 원 이상이면 양도세가 원칙적으로 최고 세율(42%)로 매겨지고, 3주택자일 경우 여기에 20%포인트를 더한 세율(62%)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후보자가 1,000만 원 남짓한 양도세만 낼 수 있었던 데는 여러 '절세 요인'이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자 장녀가 잠실 A아파트 매각 이전인 2018년 9월 부모로부터 독립해 세대 분리를 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는 용산구 보광동 다가구주택에 세입자로 전입 신고를 하고 지난해 3월까지 2년 6개월간 거주했다. 당시 부모가 살던 용산구 동빙고동 아파트에서 걸어서 10분거리다. C아파트를 소유한 딸이 별도 세대를 구성하면서 이 후보자 부부는 2주택자가 됐다.

이 후보자는 또한 일시적 2주택자로 비과세 혜택을 봤다. 아파트 처분 당시 B연립주택이 준공(2017년 4월)된 지 3년이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1주택 보유자가 분양권을 갖고 또 다른 주택을 취득한 경우, 소득세법은 신규 주택 준공 후 일정 기간(이 후보자의 경우 3년) 안에 종전 주택을 처분하면 다주택자로 간주하지 않고 1주택자처럼 양도차익을 9억 원까지 비과세한다. 이 후보자는 A아파트를 판 지 한 달 만인 2019년 6월, 역시 송파구에 있는 D아파트(96.04㎡)를 15억4,000만 원에 샀다. 일시적 2주택자 인정 기간에 '아파트 갈아타기'를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이 후보자는 여기에 잠실 아파트를 원주택 매입 시점부터 10년 이상 보유했다며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까지 받았다. 한 세무사는 "딸을 세대 분리한 것이 '신의 한 수'로 보인다"며 "여기에 많이 이용되는 일시적 2주택자 스킬을 이용해 절세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 측은 A아파트를 팔자마자 D아파트를 매입한 경위에 대해 "D아파트가 생활 여건이 더 좋아 실거주 목적으로 샀으며 재테크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현재 D아파트가 아닌 B연립주택에 살고 있다. 장녀의 세대 분리에 대해선 "딸이 직장에 다니면서 독립 생계를 유지해서 세대 분리가 된 것이지 양도세를 절감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밝혔다.

앞서 이 후보자는 국방부 관사에서 살면서 아파트를 여러 채 보유해 '관사 재테크'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이 후보자 가족이 현재 보유한 주택은 매입가 대비 총 15억 원 이상 가격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송파구 D아파트는 매입가보다 4억3,000만 원 오른 19억7,000만 원에, B연립주택(매입가 6억9,500만 원)도 7억7,500만 원 오른 14억7,000만 원에 각각 거래되고 있다. 장녀가 부모 도움을 받아 소유한 C아파트는 현재 시세가 9억1,000만 원으로, 매입(5억5,000만 원) 이후 3억6,000만 원 올랐다.

김도형 기자
조소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