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미사일을 격추할 한국산 ‘지대공 유도무기’ 지원을 거부당한 우크라이나 측이 국내 방산업체 문을 직접 두드린다.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우크라이나 대사가 15일 LIG넥스원을 전격 방문하기로 한 것. LIG넥스원은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에 4조 원대 수출을 성사시킨 중거리 지대공미사일 ‘천궁’과 휴대용 지대공미사일 ‘신궁’을 생산하는 업체로 우크라이나는 최근 여러 경로로 국방부에 이들 무기 지원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14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주한우크라이나 대사관 측이 최근 LIG넥스원에 방문 의향을 타진했고 15일 포노마렌코 대사가 경기 판교에 위치한 회사 본사를 찾는다. 우리 군 당국이 지원을 거절한 신궁, 천궁 등 유도무기에 대한 언급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날 방문을 계기로 무기 지원이 성사되는 건 아니다. 해당 무기들은 모두 국방과학연구소(ADD) 주도 하에 개발돼 민간업체가 정부 승인을 받지 않고 독자 지원을 결정할 수는 없다. 더구나 무기체계는 수요를 따져 철저한 계획 아래 생산되기 때문에 당장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여분의 물량도 없다. 이에 LIG넥스원은 김지찬 대표이사 접견 없이 사업부문 선에서 대사관 측 방문에 응할 예정이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 등 전쟁범죄 수준으로 치달으면서 국내에서도 ‘무기 지원을 저울질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지만, 정부는 ‘인도적 지원’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무기체계 지원은 간단한 일이 아닌 탓이다. 무엇보다 살상무기 지원에 대한 부담을 감수해야 하고, 이미 경제제재에 들어간 10위 교역국 러시아와의 관계 역시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현지 기술 유출 우려도 적지 않다. 더구나 한때 옛 소련 연방의 일원이었던 우크라이나는 북한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기술을 전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궁이 러시아의 이글라 미사일, 천궁은 러시아 군수업체 '알마즈-안테이'의 기술이 반영됐다는 점도 부담요소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8일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과 통화하면서 대공 무기체계 지원 요청에 “우리의 안보 상황 등을 고려해 살상용 무기체계 지원은 제한된다”고 거절 의사를 밝힌 이유다.
신궁은 저고도로 침투하는 적 항공기를 요격하는 데 주로 쓰이는데 무게가 15㎏에 불과해 2인 1조로 휴대 가능한, 기동성이 강점이다. 15~40㎞ 상공에서 적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천궁은 360도 전 방향에서 대응할 수 있고 그간 시험 발사에서 100% 명중률을 기록할 정도의 우수한 성능으로 정평이 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