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의 대(對)러시아 경제 제재 이후 러시아 기업 최초로 국영 철도회사가 채무상환불이행(디폴트) 판정을 받았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유럽 신용파생상품결정위원회(CDDC)는 국영 러시아철도공사(RZD)가 발행한 2026년 만기 2억6,800만 달러(약 3,311억 원) 상당의 회사채에 대해 디폴트 판정을 내렸다. 러시아철도공사가 지난달 14일 만기가 도래한 스위스프랑 채권 이자를 유예기간 10일이 지나서도 지급하지 못해 신용위험이 발생했다고 본 것이다.
지급대행 기관 UBS에 따르면 러시아철도공사는 지난달 2억5,000만 스위스프랑(약 2억6,800만 달러) 규모의 채권 이자를 상환하려고 했지만 '외국 환거래 은행 네트워크상 법적·규제 준수 의무'로 인해 이자 지급에 실패했다. 철도공사는 12일 낸 성명에서 "제시간에 이자 상환을 마쳤지만, 채권자들의 계좌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러시아철도공사의 해외 자금조달과 거래를 제한하는 제재를 가했다. 아울러 러시아철도공사는 미국 백악관이 지난 2월 자국 시장 내 자금 조달을 금지한 러시아의 주요 13개 기업 중 한 곳이다.
러시아철도공사 사례로 다른 러시아 기업들의 디폴트 가능성도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CDDC 결정이) 러시아철도공사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러시아 정부와 현지 기업에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9일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러시아의 외화표시채권 신용등급을 선택적 디폴트를 의미하는 SD 등급으로 하향 조정했다.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11일 서방이 자국 국채의 디폴트를 강제할 경우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