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미숙한 대응으로 공분을 산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의 폐쇄회로(CC)TV가 공개된 가운데 피해자 가족 A씨는 "(가해자가 휘두른 흉기에 머리를 크게 다친) 아내는 한두 살 어린 애 수준으로 인지 능력이 떨어진 데다 실어증에 걸려 말을 못하고 있다"며 "20대인 딸도 얼굴에 상처가 너무 깊어 성형 수술을 열다섯 번 정도 받아야 된다"고 말했다.
아내와 딸 간병하느라 직장까지 그만뒀다는 A씨는 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속이 상해 매일 눈물로 보내고, 억지로 산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딸은 상처가 너무 깊게 나서 성형을 하면 안 보일지 몰라도 성형을 안 하면 그 흉터가 끝까지 남는다고 한다"며 "집사람도 집사람이지만 딸도 예쁘지 않는가"라고 안타까워했다.
앞서 A씨와 변호사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사건 당시 건물 현관, 2층 계단, 주차장에서 찍힌 CCTV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을 보면, 남성 경찰관과 A씨는 빌라 밖에서 비명 소리를 듣고 계단을 통해 범행 현장으로 뛰어 올라갔다가 이때 현장을 빠져 나와 계단에서 내려오는 여성 경찰관과 마주쳤다. A씨는 주저 없이 곧바로 현장으로 올라갔지만, 남녀 경찰관은 빌라 밖으로 나왔다. 이후 3분 뒤 빌라 안으로 재진입했다.
사건 당시 상황을 두고 A씨는 "제가 범인이랑 싸울까봐 남자 경찰이 저를 밖으로 데리고 나와 '사건이 어떻게 된 거냐'고 묻는 와중에 얼마나 크게 들리는지 딸의 비명소리가 들렸고, 깜짝 놀라 뛰어 올라가게 된 거다"며 "놀라서 올라가는데 여자 경찰이 1층 첫 번째 계단에서 '칼 칼 칼' 하면서 목을 찌르는 시늉을 하고 내려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이어 "저는 목을 찌르는 시늉을 못 보고 '칼, 칼, 칼' 소리는 정확하게 들었고, 남자 경찰이 따라올 줄 알고 올라갔더니 딸이 범인의 칼 든 손을 잡고서는 대처하고 있었다"며 "집사람은 피가 분수처럼 쭉쭉 나오는 걸 목격하고, 집사람을 지혈해야 되는데 딸을 보니까 얼굴에 피가 나고 있었다. 집사람한테는 미안하지만 딸을 먼저 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범인을 넘어뜨리고 제압했다"고 기억했다.
또 "범인 칼을 뺏었다. 저도 칼을 피하다가 엄청 다쳤다. 그때까지도 경찰은 안 왔다"며 "3, 4분간 범인과 엎치락뒤치락하다가 (범인이) 목과 가슴에 칼을 대 그걸 꺾고 피하려다 얼굴 몇 군데 상처도 났다"고 전했다.
A씨는 "제가 범인을 제압하고 나서 (경찰이) 올라와 수갑 채우고 내려간 시간이 한 2분도 안 걸렸다"며 "범인 하나를 (경찰) 둘이서 잡고 내려갈 때 저희 집사람이 피를 흘리고 쏟아져 있어서 남자 경찰 보고 '같이 좀 들고 내려가자'고 했는데 쳐다보고 그냥 내려가서 '개XX'라고 욕을 했다"고 했다.
특히 딸의 최초 신고 때부터 '심상치 않았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범인이 내려와 발로 차고 칼로 문을 따는 '서걱서걱' 소리가 나니까 공포에 질려서 112에 신고했는데 남자 경찰 2명이 왔다"며 "범인 집에 가서 문을 열고 확인해 보니 범인 손에 피가 뚝뚝 떨어지고, 마루 바닥에 피가 흥건히 있었다고 경찰한테 얘기했더니 대수롭지 않게 '일 하다가 다쳤나 보다' 하고 돌아갔다"고 했다. 그러면서 "범인이 다시 내려와서 걸레로 피를 훔친 자국 몇 군데를 제가 봤다"며 "추측건데, 딸애를 죽이려고 칼을 가지고 내려가고 문을 따다가 칼이 부러졌던지 칼에 찔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테이저건과 삼단봉 가지러 내려왔고, 사이에 공동 현관 문이 닫혀 비밀번호를 몰라 건물 안으로 못 들어갔다'는 경찰의 변명에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A씨는 피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여자 경찰관이 현장을 벗어난 게 이 사건의 '핵심'이라며 "CCTV를 20분 정도 돌려보면 어린 애도 (경찰이 삼단봉과 테이저건을) 몸에 지니고 있는 걸로 알 수 있는 상황이라 거짓말"이라고 했다. 이어 "(5시간 전인 낮 12시쯤) 딸이 처음 신고했을 때는 호수를 알려주니까 (경찰이) 공동현관문을 열고 들어와 딸애가 혼자 있는 저희 집에 벨을 눌렀다고 하더라"며 "이미 경찰들은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다는 뜻이라, '비밀번호를 몰랐다'는 건 믿음이 안 간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밀번호를 모를 수도 있겠지만, 경찰이 그 지역에 몇 년씩 근무하고, 노인이 사는 곳이라 경찰이 워낙 자주 순찰하는 지역"이라며 "저희가 LH가 사들인 주택에 임대로 살다보니 70%, 80%는 비밀번호가 같아 경찰이 모를 리가 없다"고 했다.
경찰관이 착용한 보디캠의 영상을 두고도 A씨 측은 "유일한 영상을 경찰이 삭제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경찰은 "해당 기기의 용량이 이미 가득 차서 촬영되지 않았고, 삭제한 사실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에 A씨는 "애초에 사건이 났을 때 보디캠을 착용한 사실을 알고 있던 경찰이 그때 압수하든지, 제출하라고 했어야 했는데 4일 후에 조사했다"며 "여성 경찰관이 지운 거 같지 않고, 압수수색도 안 하고 회수도 안 했으니까 경찰의 지시가 있었던 것 같다. 경찰이 초동수사 때 그렇게 해야 하는데 그 의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