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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남편 계단 뛰어가는데... 경찰은 건물 밖으로 빠져나왔다

입력
2022.04.05 21:10
수정
2022.04.05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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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동구 빌라 주변 CCTV 3대 영상 공개
피해자 남편 계단 오르는데 두 경찰은 밖으로
보디캠 영상 삭제 의혹엔 경찰 "애초 녹화 안 돼"

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CCTV 영상 공개 기자회견에서 피해자 대리인 김민호 VIP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가 영상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CCTV 영상 공개 기자회견에서 피해자 대리인 김민호 VIP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가 영상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경찰관들의 범행 현장 이탈로 논란이 된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과 관련해 당시 상황이 촬영된 폐쇄회로(CC)TV 영상이 공개됐다. 피해자 측이 입수한 이들 영상엔 두 출동 경찰관이 건물 안에서 난동이 벌어졌을 때 되레 밖으로 나오는 장면이 담겼다. 경찰관들은 건물 출입문이 닫혀 곧바로 재진입하기가 어려웠다고 진술했지만, 피해자 측은 영상을 보면 출입문이 한동안 열려 있었다고 반박했다.

사건 피해자인 40대 여성의 남편 A씨와 법률대리인 김민호 VIP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건 발생 장소인 인천 남동구 빌라의 내외부에 설치된 CCTV 3대의 영상을 공개했다. 사건 당일인 지난해 11월 15일 오후 5시쯤부터 빌라 내부, 주차장 등을 각각 5분가량 녹화한 것이다. 빌라 4층에 살던 40대 남성은 그 시간에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빚던 3층 거주자들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살인미수)로 구속 기소됐다.

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CCTV 영상 공개 기자회견에서 사건현장 CCTV가 공개됐다.

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CCTV 영상 공개 기자회견에서 사건현장 CCTV가 공개됐다.

영상 내용을 종합하면 A씨는 인천 논현경찰서 산하 지구대에서 출동한 B경위, C순경과 함께 가해자가 사는 빌라 4층에 올라갔다. 가해자와 A씨가 다투자 B경위는 A씨를 데리고 건물 밖으로 나왔다. C순경은 안에 남았다.

오후 5시 4분 B경위와 A씨는 비명소리를 듣고 건물로 진입했다. 곧이어 C순경은 가해자가 피해자 목을 공격했다는 의미로 보이는 손동작을 하면서 계단을 내려왔다. A씨는 사건 현장인 3층으로 올라갔지만, B경위는 C순경 허리를 손으로 감싼 채 건물 밖으로 나갔다.

두 경찰관은 3분가량 지난 오후 5시 7분 다시 건물로 들어왔고, 4분가량 지난 오후 5시 11분 가해자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김 변호사는 "A씨는 자신이 범인을 기절시킨 뒤 경찰관들이 나타나 수갑을 채운 걸로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관들이 건물 재진입 후 곧바로 3층으로 올라오지 않은 걸로 보인다면서 "비어있는 시간에 무엇을 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인천 흉기난동 당시 출동한 경찰관 모습. 연합뉴스

인천 흉기난동 당시 출동한 경찰관 모습. 연합뉴스

피해자 측은 영상을 근거로 두 경찰관이 함께 밖으로 나온 뒤 건물 출입문이 한참 동안 열려 있었다고 주장했다. 출입문이 금세 닫혀 범인 제압이 늦어졌다는 경찰관들의 해명을 반박한 것이다. 영상엔 B경위가 출입문이 닫히는 걸 보면서 우물쭈물하다가 물러서는 장면도 나왔다. 김 변호사는 "CCTV 영상이 없었다면 경찰관들은 끝까지 허위 진술을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피해자 측은 경찰관이 사건 현장 녹화를 위해 착용하는 보디캠의 영상이 삭제됐다고도 주장했다. C순경이 사건 발생 나흘 뒤인 지난해 11월 19일 내부 감찰을 받는 과정에서 보디캠으로 현장을 촬영했는지 질문을 받았고, 감찰 이후 보디캠에 저장된 영상을 모두 지웠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영상을 삭제한 것은 증거인멸 책임보다 더 큰 불이익이 존재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영상이 삭제되면서 진실을 확인할 수 없는 처지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인천경찰청은 보디캠을 확보해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한 결과 사건 당시 저장용량 초과로 녹화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해명했다. 인천경찰청은 지난해 12월 B경위와 C순경을 해임했고, 현재 이들과 당시 논현경찰서장과 지구대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김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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