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표라도 더"... 이재명·윤석열, 내일 '사전투표'에 사활 걸었다

입력
2022.03.03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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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박빙구도, 코로나 확산이 변수
보수선 '부정선거 음모론' 걸림돌

여야가 오는 4일부터 이틀간 진행되는 사전투표에 사활을 걸었다. 통상 진보진영은 사전투표를, 보수진영은 선거일 본투표를 독려하던 것과 달라진 풍경이다. 초박빙접전 상황에서 여야 모두 한 표가 아쉬운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선거일(9일) 투표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의힘에선 2020년 총선 당시 당내 인사들이 제기한 '사전투표=부정선거'라는 음모론까지 잠재워야 한다.

이재명·윤석열도 4일 강원·부산서 사전투표

더불어민주당은 사전투표에서 사실상 승부가 갈릴 것으로 보고 지지층이 사전투표소에 향하도록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강훈식 선거대책위 전략기획위원장은 2일 "오미크론 확산에 따라 사전투표로 표가 많이 분산될 것"이라며 "선대위와 각 지역위원회가 24시간 비상체제로 절박한 호소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송영길 대표는 이날 '대표 사(전투)표 긴급 기자회견'이란 제목의 1분짜리 동영상을 공개했다. 정치인의 사퇴 회견을 패러디한 영상에서 그는 "저 송영길은 3월 5일 사표할 것을 약속드린다"며 "사, 전, 투, 표"라고 또박또박 말한다. 선대위도 이날 본부장단 회의에서 '내 삶을 위해 사전투표', '미래를 위해 사전투표'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에 기표 도장 모양의 스티커를 붙이는 사전투표 독려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국민의힘의 사전투표 독려 분위기도 만만치 않다. 윤석열 대선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민심이 왜곡되지 않도록 최대한 사전투표에 참여해달라"고 썼다. 권영세 선대본부장은 이날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자청해 "단 한 표도 소중한 초박빙구도"라며 "상대 후보 지지자들은 사흘 동안 투표하고, 우리 지지자들은 하루만 투표해서야 되겠느냐"라고 강조했다.

지지층을 향해선 엄살성 발언으로 사전투표에 나설 것을 호소하기도 한다. 윤 후보는 1일 서울 신촌 유세에서 "9일 당일만 투표해선 이기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으레 선거 판세는 자신에게 유리한 분석을 내놓지만, 지지층에 '질 수도 있다'는 메시지로 위기감을 불러일으켜 결집을 유도한 것이다. 지난달 28일에는 "선거 날 코로나19 확진자 수십만이 나온다고 (정부가) 발표해 투표를 못 하게 막을 수 있다"며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도 사전투표 분위기 띄우기에 동참했다. 두 후보는 각각 사전투표 1일차인 4일 방문지인 강원도와 부산에서 투표에 나설 예정이다.


여전한 '부정선거 음모론'에 국민의힘 고심

여야가 사전투표를 강조하는 것은 거침 없는 코로나19 확산세 때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확진자·격리자에 대해선 사전투표 2일차인 5일과 투표 당일 9일 오후 5시부터 외출할 수 있도록 허용했지만, 5일에는 오후 6시까지, 9일에는 오후 6시~7시30분 투표장에 도착하도록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로워 투표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보수진영에선 '사전투표가 조작될 수 있기 때문에 본투표에만 참여해야 한다'는 음모론 해소가 걸림돌이다. 윤 후보가 "공명선거 조직을 가동해 공정한 선거가 되도록 철저히 감시하겠다"며 우려 불식에 나섰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지난달 28일 강원 동해 유세에서도 "재작년 4·15 총선에서 부정 의혹이 있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은 걸로 아는데, 국민의힘에서 공명선거감시단을 발족해서 철저하게 감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4~26일 실시된 한국리서치·KBS 여론조사에서 "사전투표를 하겠다"는 국민의힘 지지층은 19.5%로 민주당 지지층(45.6%)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한국리서치나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손영하 기자
이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