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흔들리는 노후... 60대 이상 고령 파산 8년 만에 최다

입력
2022.02.14 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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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 이상 노인 파산, 지난해 3500명대 돌파
60대 파산도 8년 만에 최대치 기록해

세탁소를 운영하던 A(65)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손님의 발길이 뚝 끊어지면서 지난해 세탁소 문을 닫아야 했다. 시간이 지나면 예전 수준으로 회복될 줄 알았는데, 코로나19 사태가 좀체 나아지지 않으면서 임차료도 내지 못할 만큼 상황이 악화한 것이다. 여기저기서 빌린 돈부터 갚아야 했지만 보증금으로 밀린 임차료를 내고 나니 손에 쥐고 있는 돈도 거의 없었다. 급히 택시운전이나 경비원을 하려고 알아봤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결국 그가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파산 신청'이 유일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60대 이상 고령층의 고통이 배가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여파가 은퇴 후 개인 사업을 하거나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의 비중이 큰 이들 연령대에 직접적으로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개인파산을 신청한 이들 중 60대 이상 고령자 수가 2013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13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실과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2013~21년 전국에서 개인파산을 신청한 60대는 1만3,680명, 70세 이상은 3,556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빚어졌던 경기 불황기에서 좀체 회복세를 보이지 못했던 2013년 이후 8년 만에 최다 수치다. 20대 828명, 30대 3,297명, 40대 1만552명, 50대 1만6,423명 등 20대에서부터 50대까지의 개인 파산신청인은 전해에 비해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층의 파산 건수 급증의 원인으로는 코로나19 사태가 첫손에 꼽힌다. 재난 상황에 준하는 코로나19 여파로 실물경제가 둔화하면서 이들이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법원 파산관재인 경험이 풍부한 이민호 변호사는 "60대 이상의 경우 일단 정기 소득이 없고, 경기 악화로 이들 중 상당수가 일하고 있는 일용직 자리가 사라지면서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자녀 문제도 노인 파산의 또 다른 요인으로 거론된다. 자녀의 사업을 도와주려고 하다가 오히려 연대보증 등의 문제로 파산을 겪게 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는 것이다. 재경지법에서 파산관재인으로 활동 중인 한 변호사는 "사업하는 자녀에게 연대보증을 섰다가 빚과 밀린 세금을 내지 못해 파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했다. 이이수 서울지방변호사회 개인파산·회생특별위원장 역시 "자녀에게 빚이 대물림되는 상황을 끊고자 면책을 신청하는 것도 60세 이상 노년층이 파산을 신청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파산 관련 전문가들은 고령층 파산이 향후 더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라 자영업자들의 파산이 급증하는 등 경제 불황에 대한 우려가 점차 현실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60대 이상 고령층을 보호할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회생법원 관계자는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대출만기 연장 등을 지원해준 것처럼 경제적 약자인 고령층을 위한 보호 대책도 더 늦기 전에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