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일이 두 자릿수로 줄어든 대선 정국에 복병이 등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과 최강의 변이바이러스 오미크론의 출현으로 단계적 일상회복이 올스톱된 것이다. 뜻밖의 감염병 변수에 여야 모두 술렁이고 있지만,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날벼락을 맞은 표정이다. 일상회복에 따른 ‘K방역 재평가’로 내심 지난해 총선 압승의 재연을 기대했지만, 훈풍은커녕 감점 요인만 추가돼 이재명 대선후보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하고 있다.
2020년 총선 때도 ‘코로나 악재’는 있었다. 다만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위기’를 정부가 적절히 제어한 것이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해 총선 승리로 이어졌다. △국난에 맞서 정부의 안정적 국정 운영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심리가 작용했고 △민주당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진 등으로 점수를 얻은 반면, △야권은 코로나19 확산 주범 중 하나로 지목된 광화문집회에 확실하게 선을 긋지 않으면서 표심 이탈을 부추겼다. 연일 K방역을 극찬한 외신의 호평도 득표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됐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악재가 정반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국민 피로도가 최고조에 달한 데다, 자영업자ㆍ소상공인 등의 손실이 2년간 누적돼 온 탓이다. 여기에 섣부른 ‘위드 코로나’ 드라이브가 재유행을 불렀다는 정부 책임론도 비등하다. 실제 민주당 안에서도 다시 자유를 빼앗겼다는 박탈감, 연말 특수를 기대했던 자영업자의 실망감이 정부ㆍ여당 심판 여론을 키우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물론 오미크론 확산이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닌 글로벌 현상이고, 시민사회가 ‘사회적 거리두기’에 충분한 적응력을 키운 만큼 별다른 여파는 없을 것으로 낙관하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5일 “부스터샷(추가 접종) 접종률을 높여 위기를 빠르게 다잡으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후보는 정부의 방역지침에 협조를 당부하면서도 지침을 준수하는 자영업자 등 국민 피해는 최소화해야 한다는 방어적 대응 전략을 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전날 전북 김제에서 취재진에게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입은 피해에 대해 보상이나 지원이 정말 쥐꼬리만 했다”며 “국민의 고통을 기반으로 국난을 극복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국가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왜 국민에 떠넘기냐”고 정부를 겨냥했다. 감염병 타격의 책임을 정부의 방역 실패가 아닌, 납득할 만한 지원과 보상을 가로막은 기획재정부에 돌린 셈이다.
당정 가릴 것 없이 집권세력에 모든 책임을 씌우면 되는 야당 후보들과 달리 할 수 있는 말이 제한적인 현실을 감안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선대위 관계자는 “집권하면 두꺼운 보상으로 피해를 줄이겠다는 메시지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