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딸을 때린 것에 화가 나 자전거를 탄 초등학생을 차로 들이받아 다치게 한 운전자가 항소심에서 감형됐다.
대구지법 제3-3형사부(부장 성경희)는 특수상해·특수협박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41)씨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5월 25일 경북 경주 동천동의 한 초등학교 인근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던 B(10)군을 뒤쫓아가 차량으로 추돌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사고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보면, A씨는 자신의 SUV차량을 타고 모퉁이를 돌아 자전거를 타고 가던 B군을 들이받았다. B군은 추돌로 인한 충격으로 자전거를 탄 채로 옆으로 쓰러졌고, A씨의 차량 앞바퀴, 뒷바퀴 모두 B군의 자전거를 깔고 넘어갔다.
B군의 가족은 "A씨가 고의로 사고를 냈다"고 주장했다.
A씨는 B군 등 2명이 당시 5살인 자신의 딸을 때리고도 사과를 하지 않고 도망가는 B군을 뒤쫓는 과정에서 난 사고인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줄곧 "딸을 괴롭힌 것에 주의를 주기 위해 추격하다가 발생한 교통사고로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1심 법원은 A씨가 특수협박, 특수상해, 특수재물손괴에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등을 종합해 A씨의 시야를 가릴 만한 장애물이 없었다는 점, A씨가 B군을 들이받은 이후에도 바로 정차하지 않은 점, B군이 다쳤는데도 A씨가 구호행위를 하지 않고 '내가 때리지 말라고 했잖아'라고 다그친 점 등이 판단의 근거가 됐다.
1심 판사는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다만 합의할 여지가 있고, A씨에게 돌봐야 할 3명의 자녀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형이 최종 확정된 뒤에 징역형을 집행하도록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당시 피고인에게 특수상해와 특수재물손괴의 미필적 고의가 있음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다만, 피고인이 깊이 반성하고 B군 부모와 원만하게 합의한 점, 범행이 확정적 고의로 보이지 않는 점, A씨 자녀들이 보호자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점 등을 고려해 A씨의 양형 부당 주장을 받아들이고 원심의 징역형을 파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