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내년 3월 9일 대선까지 이르는 길은 험난해 보인다. 정치 입문 4개월 만에 제1야당의 대선후보에 올랐지만, '확실한 정권교체 카드'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말끔히 해소하지 못해서다. 5일 국민의힘 대선후보 본경선 결과, 일반국민을 상대로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의 득표율은 37.9%에 그쳐 2위 홍준표 의원(48.2%)에게 10%포인트 이상 뒤진 것은 이를 보여준다.
남은 4개월 동안 그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①대통령에 걸맞은 자질과 능력을 보여줘야 하고 ②가족·본인 리스크를 해소해야 하며 ③경선 경쟁자 및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등 범야권과 화학적 결합을 완성할 수 있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먼저 자신에게 따라붙는 '대통령의 자질'에 대한 물음표를 떼어내야 한다. 27년간 검사로만 살아온 그가 정치에 발을 들인 지는 4개월여에 불과하다. "정부나 국회에서 일한 경험이 전혀 없다"는 지적에, 그는 경선 과정에서 "검사 생활을 하면서 사회 전반에 대해 공부했다" "전문가를 기용하면 된다" 등의 취지로 반박했다.
민심은 그럼에도 그의 해명을 선뜻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는 물론 이번 본경선 일반국민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보다 정치와 지방행정 경험을 갖춘 홍 의원이 더 많은 지지를 얻은 것은 그래서다. 윤 후보를 정권교체의 상징으로 인정한 보수적인 당심과 중도층을 포함한 민심 사이에 적지 않은 괴리가 있는 셈이다.
'불안한 후보' 이미지는 윤 후보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정책 메시지를 낼 때마다 낮은 이해도를 반복해서 드러냈다. '주 120시간 노동' '남녀 간 교제를 가로막는 페미니즘' 등의 발언은 정책 설명 과정에서 나왔다. TV토론에선 "윤석열의 복지정책은 문재인 정부와 무엇이 다른가"라는 질문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전문가를 활용한다지만 정책과 정치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대통령이 관료를 고르는 안목이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중도층이 윤 후보를 믿음직한 대선후보로 인식하지 않는 것은 중도 확장이 필수적인 본선에선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지난 2~4일 실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정권교체론에 공감하는 여론은 57%였지만, 윤 후보 지지율은 24%에 그쳤다. 해당 조사에서 응답자들이 택한 차기 대통령 선택 기준도 능력(25%), 정책·공약(25%), 소통(20%), 도덕성(17%) 순이었다.
윤 후보와 그의 가족이 연루된 각종 의혹도 시한폭탄이다. 검찰총장 시절의 고발 사주 의혹은 물론 부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대검의 장모 관련 문건 작성 의혹 등은 여권은 물론 언론의 검증 대상에 올라 있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거나 새로운 의혹에 제기된다면 윤 후보가 강조해온 '공정·정의'라는 가치는 뿌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다. 현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수사기관의 칼 끝에 따라 대선후보로서의 운명이 요동칠 수 있다.
'오럴 리스크(Oral risk)'와 '불통 이미지'도 해결해야 한다. 유독 말실수가 잦았던 윤 후보는 경선 막판 '전두환 옹호 발언'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떠밀리듯 사과하면서 '개 사과' 사진으로 더 큰 논란을 불렀다. 이러한 논란이 반복된다면 중도 확장은 더욱 어려워진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말실수와 위기 대응 방식이 비호감도를 높인다"며 "본선에선 중도층을 대변할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당뿐 아니라 보수진영과의 '화학적 결합'도 그에게 주어진 과제다. 당내 경쟁자였던 홍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전 제주지사의 승복 선언으로 당내 '원팀' 구성에 대한 걱정은 덜었다. 그러나 지난 8월 입당 후 경선 룰 등을 둘러싸고 각을 세워온 이준석 대표와의 관계,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와의 관계도 풀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홍 의원을 지지했던 2040세대의 결합도 불투명하다. 이날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 후보의 세대별 지지율은 20대 3%, 30대 7%, 40대 13%에 그쳤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윤 후보가 당심을 바라보고 우클릭을 할수록 젊은 세대와 중도층과 멀어졌다"며 "본선 태세로 얼마나 빠르게 전환하느냐가 컨벤션효과를 결정 지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