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농 서장훈' 김동현 "딸·아들과 코트에서 함께 뛰어요"

입력
2021.08.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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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뚝에 딸을 새기고 유니폼엔 아들 생년월일
강호 터키 상대로 25득점에 11리바운드
"세계의 벽 생각보다 높지 않아... 우리 도전은 계속될 것"

코트 위에선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의 ‘엄근진’(엄격 근엄 진지)인데, 코트 밖에서 입을 열면 달변에 상냥하기까지 하다. 휠체어 농구계에서 세계 최고 센터로 평가받는 ‘휠농 서장훈’ 김동현(33) 얘기다.

한국 남자 휠체어농구 대표팀은 26일 도쿄 무사시노노모리 종합 스포츠 플라자에서 열린 2020 도쿄패럴림픽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터키에 70-80으로 패했다. 1쿼터를 15-21로 마친 대표팀은 2쿼터에서 김동현과 주장 조승현의 골이 터지면서 한때 33-33 동점을 만들었지만 다시 연속 실점을 허용하며 33-38로 전반전을 마쳤다. 그리고 3쿼터(48-57)와 4쿼터에서도 점수 차를 좁히지 못한 채 예선 2패째를 안았다. 대표팀은 전날 A조 최강 스페인과 경기에서도 아쉽게 패(53-65)했다.

하지만 김동현의 플레이는 이날도 빛났다. 4쿼터 종료 4분전 5반칙으로 교체될 때까지 무려 25점을 쓸어 담았다. 리바운드에서도 체격이 좋은 터키 선수들에 밀리지 않고 11개나 잡아 냈다. 김동현은 전날 스페인전에서도 풀타임을 소화하며 3점슛 2개를 포함 24점에 14리바운드를 챙겼다. 득점과 리바운드 모두 양팀 통틀어 최다 기록이었다. 김동현은 스페인전에 대해 “강팀을 상대로 좀 힘들었지만 내용상으로는 좋은 경기를 펼쳤다”면서 “점수 차도 얼마 안 났다. (우리 경기력을) 감히 평가하자면 90점 정도였다”라고 말했다.

6세 때인 1994년 교통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잃은 김동현은 초등학교 6학년 때 휠체어농구를 시작했다. 체격이 좋은 서양 선수들에게도 뒤지지 않는 힘과 몸싸움, 그리고 골밑 장악력이 일품이다. 여기에 수비수를 앞에 두고도 득점과 연결하는 정확하고 빠른 슈팅 능력까지 갖췄다. 이탈리아 세미 프로리그에도 진출했다.

김동현의 왼쪽 팔에는 아기 발 모양의 타투가 있다. 그는 “딸(2014년생)이 태어났을 때의 발 모양과 생년월일을 새겼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들(2018년생)도 여기서 같이 뛴다”며 유니폼 번호 ‘40’을 가리켰다. 아들의 생년월일 숫자를 모두 더하면 40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아직 아빠가 패럴림픽에 출전했는지 잘 모르지만, 엄마가 시켜서 응원은 하고 있다”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상황에서 가족을 못 만난 지 오래됐다. 너무 보고 싶다”라고 했다.

2패를 안았지만 대표팀의 도전은 계속된다. 27일 일본과 예선 3차전을 치르는데 8강 진출을 위해 꼭 승리해야 한다. 스페인, 캐나다, 터키, 콜롬비아, 일본과 같은 조에 속한 한국은 A조에서 4위 안에 들어야 8강에 진출할 수 있다. 역대 한일전에서 6전 3승 3패로 팽팽하다. 가장 최근 경기인 2019년 아시아오세아니아챔피언십 4강에서는 한국이 69-61로 승리하면서 21년 만의 패럴림픽 티켓을 확정했다.

김동현은 “(스페인전을 치러보니) 세계의 벽이 너무 높지만은 않았다”면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스페인과도 4쿼터 중반까지 대등하게 싸뒀다. 대표팀 5명이 다 골고루 득점했다. 아쉬운 건 경기 막판 체력 저하로 집중력이 떨어진 점뿐”이라며 “기술력은 우리가 뒤지지 않은 만큼 평소 모습대로 향후 경기도 풀어간다면 목표(8강)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도쿄-도쿄패럴림픽 공동취재단
강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