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관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해군 A 중사가 “진급 고과 점수를 주지 않을 수 있다”는 상관의 협박에 시달렸다는 유족 측 주장이 나왔다. 사실이라면 성폭력 정식 신고 전후 이뤄진 주변의 2차 가해가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결심한 배경이 될 수 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16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유족 설명에 따르면 가해자 위의 상관이 ‘고과 점수를 안 줄 수 있다’ ‘내가 기무사(현 안보지원사) 네트워크(인맥)가 있어서 너를 힘들게 할 수 있다’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하 의원은 “고인은 군에 들어온 지 11년 차로 진급 (심사를 앞둔) 케이스였다”면서 “군에 대한 애정이 굉장히 강하고 커리어를 계속 쌓으려는 의지가 강했던 분”이라고 강조했다. 고과 점수와 인맥 등을 무기로 한 2차 가해가 피해자를 죽음으로 몰고 갔을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A 중사는 5월 27일 상관인 B 상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뒤 평소 친분이 있던 주임상사에게 피해 사실을 토로하면서도 “상부에는 보고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올해 말 상사 진급 평가를 앞둔 시점에서 성폭력 피해를 정식 신고할 경우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으로 추측된다. 따라서 상급자의 진급 불이익 위협이 실제 있었다면 상당한 심적 불안감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
A 중사를 협박한 인물이 B 상사인지 또 다른 상관인지는 불분명하다. 하 의원은 “2차 가해자가 1차 가해자와 동일 인물인지, 아니면 더 높은 상관인지는 수사를 더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가) 2차 가해 상황이 너무 심각하니까 신고하게 된 것으로 진급을 매개로 한 치졸한 협박이 이번 사건의 요점”이라며 군 당국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B 상사는 14일 군인 등 강제 추행 혐의로 사건 발생 79일 만에 구속됐다. 국방부조사본부와 해군중앙수사대는 그를 상대로 성추행은 물론 2차 가해 여부를 집중 추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