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 날파리가 ‘둥둥’… 망막 열공ㆍ망막박리ㆍ포도막염 때문?

입력
2021.08.15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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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48)씨는 어느 날부터 눈앞에 까만 날파리 같은 모양이 계속 떠다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A씨는 업무로 인한 피로감 때문에 생긴 증상이라고 여겨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눈앞을 가리는 점의 개수가 많아지고 시력이 점점 떨어지는 것 같아 안과를 찾았다. 그가 받은 진단명은 ‘비문증(飛蚊症ㆍ날파리증)’이었다.

이처럼 눈앞에 점이나 벌레로 보이는 물체가 떠다니는 증상을 호소하며 안과를 찾는 환자가 해마다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비문증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가 최근 5년 새 27% 이상 늘었다(2017년 기준).

비문증은 눈 속 유리체에 부유 물질이 생기는 것이다. 여러 개가 보일 수 있으며 갖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날파리ㆍ하루살이 같은 곤충, 점, 동그란 반지, 아지랑이, 실오라기 같은 줄 등 다양한 모양이며 수시로 변하기도 한다. 빛이 번쩍거리는 듯한 광시증(光視症)이나 검은 커튼을 친 것처럼 시야가 까맣게 변하는 시야 장애, 시력 저하 등이 생기기도 한다.

비문증 증상이 나타나면 단순히 피곤하면 나타나는 것으로 가볍게 여기는 사람이 많다. 비문증이 발생하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대부분 노화로 인해 자연적으로 발생한다.

비문증은 눈 속을 채우고 있는 유리체라는 물질이 변화되면서 발생한다. 유리체는 눈 속을 채우고 있는 투명한 젤 형태 조직으로 안구 형태 유지 및 망막에 상(像)이 맺힐 수 있도록 한다. 유리체가 정상적으로 유지돼야 온전히 시력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40대가 넘으면 유리체는 점도가 떨어지면서 액체처럼 변한다(유리체 액화 현상). 이는 유리체 투명도를 떨어뜨리고 혼탁하게 만든다. 이 때문에 망막에 맺히는 상의 일부가 가려지고, 이런 부분이 시야에서 검은 점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비문증은 드물게 망막 열공(裂孔)ㆍ망막박리ㆍ유리체 출혈ㆍ포도막염 등 눈 질환으로 인해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럴 때에는 빨리 치료를 해야 한다.

망막 열공은 망막에 구멍이 생긴 상태를 말하고, 망막박리는 망막이 안구 벽에서 떨어진 상태를 말한다. 그러면 떨어진 부분의 시야가 가려지면서 가려진 부분이 점 형태로 보일 수 있다.

김재석 상계백병원 안과 교수는 “망막 열공이나 망막박리 같은 눈 질환으로 생기는 비문증은 원인 질환을 치료하면 완화할 수 있다”며 “이들 질환 때문에 비문증이 생겼다면 레이저 치료 및 수술로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고 했다.

김용대 강동성심병원 안과 교수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비문증이 심각하다면 유리체절제술 등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며 “하지만 수술 후 합병증으로 백내장, 녹내장 및 망막 질환 등이 유발될 수도 있으므로 수술을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비문증 원인을 파악하려면 동공을 확대하는 산동(散瞳) 검사를 시행하고, 검안경으로 망막 열공이나 망막박리 같은 눈 질환이 생겼는지를 망막을 직접 살펴본다. 안저(眼底) 촬영이나 빛 간섭 단층 촬영 등 영상 검사를 시행하면 진단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노화 때문에 발생한 비문증은 안타깝게도 별다른 치료법이 없고 특별한 예방법도 없다. 노화성 비문증은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증상이 호전되지만 개인차가 있다. 눈앞에 떠다니는 부유물 위치가 바뀌면서 시야에서 사라질 수 있고, 뇌가 스스로 적응 능력을 키워 부유물을 무시하기도 한다.

김영호 고려대 안암병원 안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노화 때문에 발생하는 날파리증은 눈앞에 떠다니는 부유물을 무시하는 연습을 통해 일상생활을 불편하지 않게 지낼 수 있다”고 했다.


[이럴 때, 병적 비문증 의심하세요]

-부유물 숫자나 크기가 늘어난다.

-눈앞이 순간 번쩍이는 증상이 동반된다.

-눈앞에 커튼을 친 것처럼 시야가 가리워진다.

-갑자기 시력이 떨어진다.

-사물이 일그러져 보인다.

-고혈압ㆍ당뇨병 등 지병이 있다.

-백내장이나 라식 수술 후 생겼다.

-고도 근시가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