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국회의원도 출산과 육아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존재였다. '친정엄마 찬스'를 어쩔 수 없이 써야 하고, 국회엔 제대로 된 수유실도 없다. 아이를 낳은 지 두 달이 채 안 된 여성 국회의원의 1차 목표는 아이를 데리고 출근할 수 있는 일터로 국회를 바꾸는 것이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얘기다. 지난 5월 출산한 용 의원은 5일 국회로 처음 출근했다. 태어난 지 59일째인 아들 '튼튼이'(태명)를 품에 안고 기자회견도 했다.
현역 의원이 출산한 건 19대 국회 때 장하나 전 의원, 20대 국회의 신보라 전 의원에 이어 용 의원이 세 번째다. 그런데도 국회 육아 시설은 부족하다. 수유실이라고 이름붙인 공간이 있긴 하지만, 분유·모유를 데울 전자레인지도, 기저귀 교환대도 없다. 아이를 눕힐 공간 자체가 비좁다.
용 의원은 "정치가 2030세대 가임기 여성과 남성의 것이 아닌 기간이 길어서 벌어진 일"이라면서 "청년들이 최근 국회에 많이 진출하며 문제가 새삼 부각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용 의원은 정부 인사들을 호령하는 '권력자'이지만, 맞벌이인 용 의원 부부의 육아는 여느 부부 만큼이나 쉽지 않다. 용 의원과 배우자, 어머니가 돌아가며 아이를 돌보기로 했고, 용 의원은 아이와 함께 국회에 등원할 생각이다.
그러나 신생아·영유아에게 국회 문은 굳게 닫혀 있다. 출산 직후 용 의원이 수유가 필요한 24개월 이하 자녀의 국회 본회의장 동반 출입을 가능케 하는 '아이동반법'(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행 국회법상 본회의장엔 현역 국회의원만 드나들 수 있다.
용 의원은 "각 당 원내대표들과 동료 의원들을 만나 아이동반법 처리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임신과 출산, 육아에 대한 공적 지원을 늘리고, 성평등한 돌봄 시스템을 마련해야 저출생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다"며 "영유아와 부모는 물론이고 국민 모두가 필요할 때 돌봄을 지원받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