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절반이 10억 원을 돌파할 정도로 집값이 급등했는데 20대 이하의 매수 비중은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아졌다.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으다)’을 해도 서울 아파트를 사기 어려운 상황을 감안하면, 소득과 자산이 상대적으로 적은 20대의 아파트 매수는 부모의 도움 없이 어렵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중론이다.
1일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 매입자 연령대별 월간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아파트 매매 5,090건 중 매입자가 20대 이하인 거래는 277건이다. 20대 이하 매수 비중은 5.44%로,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9년 1월 이후 가장 높다. 20대 이하의 서울 아파트 매수 비중은 2019년 1월 첫 집계 때 3.7%였고 지난해 9월 4.25%, 10월 5.07%, 12월 5.27%로 점차 상승했다.
구별로는 종로구가 11.11%로 가장 높았다. 이어 노원구(9.18%) 도봉구(8.9%) 구로구(7.78%) 중구(7.5%) 순이었다. 서울에서 ‘넘사벽(넘을 수 없는 벽)’ 수준인 강남3구 아파트 매수 비중은 5.8%로 서울 평균을 상회했다. 직주근접이 가능한 도심 지역과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지역에 20대 이하의 수요가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20대 이하가 서울 아파트를 자력으로 매입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본다. KB부동산에 따르면 6월 기준 서울 평균 아파트값은 11억 원을 넘었고, 중위 아파트 가격도 10억 원을 돌파했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70%까지 집값을 빌려주는 보금자리론 기준인 6억 원 이하 집을 사려고 해도 나머지 30%를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20대 이하는 신용도(신용점수)가 낮아 ‘빚투(빚을 내 투자)’도 힘들다.
전세를 끼고 사는 ‘갭투자’ 역시 매매가격과 전셋값의 차이를 메울 수 있는 규모의 자금이 필요하다. 때문에 20대 이하가 부모의 도움 없이 자력으로 집을 사들이는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만 한 공인중개사는 “가상화폐 시장에서 코인으로 돈을 많이 번 젊은 사람이 집을 샀다는 얘기도 들렸다”며 “코인처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20대가 혼자 힘으로 서울에서 집을 산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20대 이하의 매수 비중이 늘어난 것을 두고 집값 급등에 불안감을 느낀 부모들이 ‘가족 재테크’ 개념으로 성인 자녀의 내 집 마련을 도운 것으로 해석한다. 노원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얼마 전 20대 여성이 부모와 함께 5억4,000만 원에 나온 20평대 아파트를 보러 왔다”고 전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자녀가 독립할 때 가장 우선시하는 건 주거공간 확보”라며 “집값이 더 오르면 어떻게 하나 라는 불안과 조급증에 노후를 준비하기보다는 증여세를 내더라도 자녀에게 일찍 집을 마련해주자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