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남부 소도시 스윈던에서 실종사건이 발생한다. 20대 여성 시안이 금요일 밤 친구들과 클럽에 놀러 갔다가 귀가하지 않는다. 가족과 애인은 애써 별일 아니라고 생각한다. 친구 집에서 자고 있다고 여긴다. 애써 누르던 우려가 터진다. 휴대폰 연결이 안 되고, 클럽을 나간 이후 행적을 알 수 없다. 경찰과 마을사람들이 수색에 나서나 사건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다. 지역 경찰서 형사부장 스티븐(마틴 프리먼)은 수사력을 집중해 실종자를 쫓는다.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해 얻은 자료에다 추리를 더해 사건의 실체에 다가선다.
스티븐의 노력으로 유력 용의자를 파악한다. 경찰들을 동원해 치밀한 작전을 펼친 끝에 범인 검거에 성공한다. 범인은 의의로 혐의를 술술 인정한다. 여죄까지 밝힌다. 10여년 전 한 여인의 목숨을 빼앗았다는 것이다. 발생한지도 몰랐던 살인사건까지 해결하게 된 스티븐은 지역사회에서 영웅 대우를 받는다.
기쁨은 잠시. 스티븐은 난처한 상황에 처한다. 피해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피의자의 권리를 고지하지 않고 신문했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체포 과정에서 불법을 행했다는 지적이다. 스티븐은 긴급한 상황이나 예외 적용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나, 여론이 무섭고 복지부동이 익숙한 경찰 수뇌부는 다르게 생각한다. 범인을 잡았으나 스티븐은 범인 못지 않은 위기에 처한다. 범인을 법정에서 제대로 단죄하지 못할 가능성까지 생기면서 사건은 이상한 방향으로 흐른다.
변호사는 스티븐의 불법을 파고든다. 스티븐의 잘못으로 피의자의 인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한다. 불법적으로 이뤄진 신문에 따른 수사를 바탕으로 범인에게 형을 구형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까지 펼친다. 스티븐은 피해자의 신변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취한 조치였다고 계속 항변한다.
또 다른 피해자 베키의 가족 역시 두 갈래로 갈린다. 오랫동안 행방을 알 수 없던 딸을 찾아줬다고 고마워하는 혈육이 있는 반면, 상황을 꼬이게 만들었다며 비난하는 가족이 있다. 스티븐은 수사 성과에 따른 포상은커녕 징계를 받게 된다. 드라마는 정의를 위해 만들어낸 법규가 도리어 범죄자에 의해 역이용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전개한다.
시안과 베키에 대한 평판 또한 수사를 이상한 방향으로 이끈다. 지역주민들은 시안을 대상으로 한 범죄에 분노하고, 시안과 그의 가족을 동정한다. 베키는 다르다. 마약중독에다 매춘까지 했던 베키를 향한 시선은 싸늘하다. 부모는 절규한다. 아무리 문제가 많았다 해도 죽어 마땅한 사람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딸과 관련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인의 문을 두드리기도 한다.
스티븐은 과연 부조리한 상황을 극복하고, 범인 단죄에 성공할까. 베키의 부모는 딸의 원한을 풀어줄 수 있을까. 범인을 일찌감치 등장시킨 드라마는 사회적 관습과 제도의 맹점을 파고들며 예상치 못했던 긴장을 빚어낸다.
※권장지수: ★★★★(★ 5개 만점, ☆는 반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드라마다. 흔들리는 카메라가 인물들을 따라가거나 얼굴을 확대해서 보여주며 실화를 강조한다. 수사극 요소에다 법정극 형식을 더했다. 범인을 쫓는 장면이 긴박감을 주고, 법정에서 논리가 부딪히며 긴장을 자아낸다. 관료제와 제도의 허점에 대해 물음표를 던지며 극적 재미를 선사하기도 한다. 드라마는 ‘정의 실현이 우선이냐, 법적 절차의 준수가 먼저냐’라고 지속적으로 묻는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 금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한국이기에 더 예사롭지 않게 느껴지는 질문이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93%, 시청자 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