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참위 "세월호 AIS 결함 발견… 전파연구원에 조사 의뢰"

입력
2021.04.13 15:00
사참위, 기자간담회 열고 참사 조사 현황 설명 
국정원이 만든 세월호 자료 64만 건도 검토 중
해수부에 '항로 파악 지연' 의혹 직접 해명 요구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여러 차례 조작 의혹으로 논란에 휩싸였던 세월호 선박자동식별장치(AIS)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확인해 국립전파연구원에 조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또 국가정보원(국정원)에서 작성한 세월호 관련 자료를 입수하기 위해 64만 건의 문서 목록을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사참위는 13일 오전 서울 중구 사참위 회의실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진행 상황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문호승 위원장은 "사회적 참사는 오늘날 우리들의 안전 문제이자 내일을 꿈꾸는 아이들의 생명 문제"라며 "사참위가 출범한 지 2년 반이 흘러 지금까지의 조사 내용과 앞으로의 조사 방향을 설명하고자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사참위는 세월호에 장착됐던 AIS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AIS는 선박의 위치나 속력, 방향 등 운항 정보를 해상교통관제센터(VTS센터)나 다른 선박에 제공하는 항해 장비다. 사참위는 "최근 세월호 AIS 데이터의 내부 정합성을 조사한 결과, AIS가 참사 당일(2014년 4월 16일) 오전 4시부터 9시까지 약 5시간 동안 여러 번 제때 위치를 알려주지 않았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며 "이 내용을 국립전파연구원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사참위는 그간 참사 당일 구조당국이 세월호 항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구조 작업이 지연됐다고 주장하며 주요 원인 중 하나로 AIS 장애를 지목해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국립전파연구원은 사참위로부터 전달 받은 분석 내용의 심각성을 인정해 세월호 AIS와 동일 기종을 구입해 테스트하는 등의 방법으로 문제 발생 원인을 파악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참위는 '해양수산부가 사건 당일 오후 4시까지 세월호의 항적을 잘못 파악해 사고 수습에 차질을 빚었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밝혔다. 사참위는 "정확한 항적 파악은 인명구조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해당 선박의 사고원인을 규명하는 데 있어 핵심 증거"라면서 "그러나 해수부 등 관련 기관들은 세월호 항적을 사건 발생 후 몇 시간이 지나도록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으며, 이를 뒷받침할 다른 증거들도 다수 확보됐다"고 밝혔다.

사참위는 해수부가 이런 의혹에 대해 사참위가 아닌 청와대에 해명했다며 해수부의 직접 해명을 요구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416가족협의회도 "사참위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대해 해수부가 청와대에 해명 자료를 보내는 것은 옳지 않다"며 동조했다.

앞서 사참위는 지난해 12월 해당 문제를 지적했으나, 해수부는 '문제가 없었다'는 취지로 청와대에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참위에 따르면 해수부는 청와대에 '사고 당일 해수부 상황실 화면에 표시된 항적은 같은 해역에서 항행하던 둘라에이스호의 항적이며 세월호의 것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당시 항적을 잘못 파악한 것이 아니라 상황실 화면에 다른 배의 항적이 표시돼 있어 오해를 산 것뿐이라는 것이다.

사참위는 국정원이 보유한 참사 관련 자료를 입수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사참위에 따르면 올해 1월 15일부터 국정원이 공개한 자료 목록 64만4,709건 중 보고서 5만1,544건과 첩보자료 27만5,464건의 목록을 열람했으며, 원문 열람을 위해 국정원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오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