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는 없지만 '검색어'는 말하고 있다. 민심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중 누구를 향하고 있는지를. 한국일보가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금지된 1일부터 5일까지 닷새간 '구글 트렌드'와 '썸트렌드' 등 인터넷 포털사이트가 집계하는 검색어 동향을 살펴본 결과,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 대한 '관심도'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보다 높았다. 반면 '긍정 키워드'는 오 후보보다 박 후보에게 많이 따라붙었다. 최종 결전을 앞두고 있는 두 후보 중 누구에게 유리한 것일까.
구글 트렌드는 구글 이용자들이 특정 키워드로 검색한 횟수를 지수화했다. 특정 주제에 대한 온라인상 대중적 관심도를 반영한다. 1~5일 '오세훈' 검색량은 '박영선'을 앞섰다. 검색량이 가장 많은 날을 100이라 치면, 사전투표 전날인 1일 오 후보는 41, 박 후보는 24로 나타났다. 사전투표가 진행된 2, 3일에는 오 후보가 54, 박 후보는 23으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온라인상 관심이 바로 '호감'으로 이어진다고 보긴 어렵다. 실제 오 후보와 관련한 검색어는 '백바지' '페라가모' 등 내곡동 땅 의혹에 집중돼 있었다. 오 후보의 내곡동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당시 현장 측량 방문을 증언할 수 있다는 생태탕집 운영 가족 얘기가 회자되면서 이날 한때(오전 8~12시) '생태탕'이라는 키워드가 ‘박영선’을 추월하기도 했다.
같은 기간 '썸트렌드'의 '감성 연관어'를 분석했다. 썸트렌드는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블로그 등 다양한 형태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의 언급량을 바탕으로 여론 추이를 분석한다. 이중 '감성 연관어'는 특정 인물에 대한 긍정과 부정 이미지에 대한 비교가 가능하다. 썸트렌드가 분석한 박 후보에 대한 감성 연관어 중에는 상위 10개 중 긍정 3, 중립 2, 부정 5이었다. '일 잘하다, 지지하다, 잘하다' 등의 긍정 반응과 '발휘하다' '달다' 등의 중립 키워드가 5개였다. 이에 반해 오 후보에 대한 상위 10개 키워드 중 '의혹', '망언', '반대하다' 등 부정적 의미가 9개 달했다. 긍정은 '보상' 뿐이었다. SNS상 여론을 파고들면 이 기간 박 후보에 대한 긍정적 언급이 더 많이 이뤄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깜깜이 기간 온라인상의 민심 흐름이 선거 결과와 직결된다고 단정할 순 없다. 표심에 대한 직접적인 반영이라기보다는 상대 후보의 네거티브 공세에 따른 결과이거나, 지지 후보를 엄호하기 위해 '맞대응'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일어난 현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오 후보에 대한 부정적 키워드가 많다고 선거 결과에 마이너스로 작용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 "반대로 긍정적 키워드가 많다고 해서 바로 그게 실제 표심으로 적용된다고 볼 수도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흐름이 최근 선거 분위기와 완전히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