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베트남 탄콩그룹 합작사인 현대탄콩이 지난해 처음으로 베트남 시장에서 일본 자동차 기업인 도요타를 앞선 이후 그 격차를 점점 벌리고 있다. 사실상 일본 자동차의 반독점 상태였던 베트남 시장에서 한국 자동차의 돌풍이 커지고 있다.
2일 코트라(KOTRAㆍ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와 베트남자동차제조업협회에 따르면 현대탄콩은 올 1~8월 누적 판매량 4만987대를 기록, 도요타(3만4,743대)를 제치며 베트남 시장을 양분했다. 같은 기간 현대탄콩과 도요타 간 판매량 격차는 6,244대로, 지난해 연간 판매량에서 현대탄콩(7만9,568)이 도요타(7만9,328대)를 근소한 차이(240대)로 처음 앞선 이후 그 격차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지난 8월 한 달 간 현지 판매량을 보면 현대탄콩은 5,367대로, 시장점유율 1위(19.5%)를 기록했다. 반면 도요타(4,259대)와 마쯔다(2,644대), 미쓰비시(1,714대), 혼다(1,634대) 등 일본차는 후순위로 밀렸다. 코트라 관계자는 “현대탄콩이 등장하기 전 베트남 시장의 실권자는 도요타였다”며 “베트남 소비자들이 과거 인기를 끌던 일본 자동차 브랜드를 고집하기보단 가격 경쟁력 등에서 앞선 현대차를 택하고 있는 비율이 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탄콩은 현대차가 아세안 시장 공략을 위한 발판으로 지난 2017년 현지 합작 법인으로 설립한 회사다. 현대탄콩은 베트남 소비자들을 사로잡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자사 판매 모델인 ‘액센트’ 홍보를 위해 고속도로 전광판, 엘리베이터 등 오프라인 광고는 물론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온라인 광고에도 심혈을 기울이는 중이다. 여기에 현대카드도 합세해 베트남에서 자동차 대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현대탄콩과 협력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다.
가격 경쟁력 면에서도 현대탄콩은 도요타와 비교해 우위를 점한다. 현대탄콩에 따르면 액센트의 지난달 기준 1,400㏄ 수동 변속기 트림 가격은 1만7,934달러다. 동급 모델인 도요타 ‘비오스’의 1,500㏄ 수동 변속기 트림(2만180달러)에 비해 2,246달러 저렴하다. 또한 액센트의 자동 변속기 최고급 트림(2만2,817달러)도 비오스의 자동 변속기 최고급 트림(2만4,499달러)에 비해 약 1,682달러 가격이 낮다.
코트라 관계자는 “액센트가 비오스에 비해 비록 100㏄ 정도 출력이 작지만, 내장재와 기본 옵션이 더 편리하게 돼 있다”며 “액센트는 디자인도 세련되게 설계돼 젊은 세대에게 인기가 많다”고 강조했다.
현대탄콩은 현지 판매량이 빠르게 늘자 공장을 추가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탄콩은 총 1,500억원을 투자, 베트남 닌빈 지안 카우 산업단지 내에 50만㎡ 규모로 자동차 생산공장을 설립한다. 이를 통해 기존 연간 7만대 정도의 생산 능력이 앞으로 17만대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곳에는 주행시험장도 들어선다. 현지에서 생산하는 신차를 베트남 날씨와 도로상태 등을 고려한 주행환경 코스에서 시험해 품질 완성도를 높이려는 목적이다. 코트라 관계자는 “베트남 자동차 시장은 매년 10% 이상 성장하고 있다”며 “현대탄콩은 베트남 내수를 충족시킨 이후 아세안 지역으로도 수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