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폐쇄 기준이 뭐냐” 갈피 못 잡는 방역 원칙

입력
2020.05.20 17:07
수정
2020.05.20 21:5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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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확진 소식에 안성 9곳 폐쇄

위기 상황 조치 결정 주체도 모호

20일 오전 인천광역시 남동구 한 고등학교에서 긴급 귀가 조치에 따라 학생들이 귀가하고 있다.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고3 확진자 2명이 발생하자 인천시교육청은 미추홀구·중구·동구·남동구·연수구 내 고등학교 66곳의 고3 학생들을 등교하자마자 모두 귀가하도록 조치했다. 연합뉴스
20일 오전 인천광역시 남동구 한 고등학교에서 긴급 귀가 조치에 따라 학생들이 귀가하고 있다.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고3 확진자 2명이 발생하자 인천시교육청은 미추홀구·중구·동구·남동구·연수구 내 고등학교 66곳의 고3 학생들을 등교하자마자 모두 귀가하도록 조치했다. 연합뉴스

고3 학생의 등교수업 첫날인 20일 인천지역 고교의 절반이 폐쇄되면서 앞으로도 대규모 학교 폐쇄가 거듭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교육부가 등교수업을 결정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발생시 학교는 원격수업으로 전환하도록 준비한다”(유은혜 부총리)는 원칙을 밝혔지만 단 2명의 ‘등교 전’ 학생의 확진 판정만으로 인천시교육청이 일대 66개 고교를 폐쇄시키자 학교 방역 원칙이 첫날부터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 부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고3 등교준비 상황점검 회의에서 “(인천) 학생들이 등교하기 전에 교육부와 협의를 거쳐 인천시교육청에서 (학교 폐쇄 결정 등) 선제적인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학교 안전을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지만, 앞으로도 방역당국의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지역 확진자 학생이 나올 때마다 등교 정지 기간이 무한정 이어지거나 대규모 학교 폐쇄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종 코로나 위기 상황 시 학급ㆍ학교ㆍ지역단위 폐쇄의 기준과 결정 주체가 모호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경기 안성시의 경우 이날 지역에서 발생한 28세 확진자의 세부동선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인근 9개 학교를 폐쇄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안성교육지원청과 9개 고교 학교장이 화상회의를 통해 결정했고 내일(21일)은 등교를 재개하기로 했다”라며 “도교육청은 안성교육지원청에 자율로 결정하라고 일임한 상태”라고 밝혔다.

등교수업 첫날, 방역당국은 에어컨 사용 지침을 바꿔 학교 방역에 혼선을 더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전날 생활방역위원회 논의 결과) 창문을 열어놓고 에어컨을 켜는 기존 지침 자체는 과도하다는 의견이 모였다”고 밝혔다. “(감염 확산의) 위험도에 비해 지나치게 고비용을 초래하는 행위”라서 창문을 열어두기 보다, 환기를 하면서 에어컨을 가동하는 게 낫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안내는 지난 7일 교육부가 ‘교실 창문을 3분의 1 이상 여는 조건으로 에어컨 사용을 허용한다’는 내용의 학교 방역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것과 대조된다. 손 반장은 “에어컨 사용수칙을 좀 더 다듬기로 했다”며 “관계부처들이 모여 조만간 지침을 확립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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