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무거운 차는 몰기 어렵다? 선입견 깬 '제네시스 G90'

2024.03.19 04:30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의 3,500cc급 세단 G90의 키를 받아 들자마자 든 생각이다. 하지만 운전대를 잡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같은 두려움은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G90의 각종 안전장치 덕이다. 주행 상태를 파악하는 자동 차량감시체계(Automatic Vehicle Monitoring System)가 끊임없이 경고음, 경고문을 띄운다. 나도 모르게 차선을 넘는 순간 처음 듣는 경고음이 들린다. 운전석의 디스플레이 영상은 원래 가던 차로에서 차체가 벗어난 범위를 붉은색 그래픽으로 표시한다. 운전석에서 옆 차로를 볼 수 있는 확대경 같은 '후측방 모니터'다. 사이드 미러를 보지 않고도 주행 중 시야의 사각지대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신기한 것은 의도치 않게 차로에서 멀리 벗어날수록 운전대가 묵직해진다는 점이다. 자연스럽게 제자리로 돌아가게 만든다. 방향지시등을 켜고 차로를 바꿀 때는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차선중앙유지 보조, 충돌회피조향 보조 기능이 켜졌기 때문이다. 좁은 통로를 내려갈 때 이 차의 안전성은 더 두드러졌다. 폭이 좁은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로 들어선 뒤 차 몸체의 전후좌우가 벽면과 가까워질 때마다 적절한 경고음이 울리며 집중하게 만들었다. 후방주차 충돌방지 보조(PCA, Parking Collision-Avoidance Assist) 기능의 적용 범위를 차량의 측방, 전방까지 넓혀 충돌위험 감지 센서가 차량 곳곳에 달려 있는 것이다. 차량 주변 이미지를 360도로 보여주는 어라운드 뷰 모니터로도 차량 주행 상태를 좀 더 편안하게 파악할 수 있다. 울퉁불퉁한 노면에서도 바퀴 4개가 힘을 나눠 부담하면서 차체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느껴진다. G90에는 공기압이 스프링 역할을 대신하는 '에어 서스펜션'이 장착돼 있다. 주행 상황에 따라 에어 서스펜션의 강성을 세 단계로 조절하는 '멀티챔버 에어서스펜션' 시스템이 알아서 움직인다. 이를 통해 상황별로 최적의 승차감과 주행 안정성을 느끼게 한다는 설명이다. 무사히 지하주차장에 들어온 다음 차량이 후진할 때는 갑자기 나타난 행인 앞에서 스스로 멈춰서는 능력도 발휘했다. '후방교차 추돌방지 보조' 기능이 작동한 것이다. 저속 후진 중 보행자나 장애물과 충돌 위험이 감지됐을 때 경고를 보내고 필요시 긴급 제동으로 사고를 막는 역할을 한다. 만약 G90처럼 크고 무거운 차를 속도를 올리는 데만 초점을 맞춰 만들었다면 빠른 속도로 달릴 때 쾌감만큼 불안감도 클 것이다. 하지만 이 차의 매력은 속도감에만 있지 않았다. 충분히 빨리 주행해도 느껴지는 안정감이 진짜 이 차를 모는 재미였다. 짧은 시간에 속도를 올려도 다소 묵직했다. 오르막길 주행 시 무거운 차체의 영향으로 동력이 모자란 듯한 느낌도 없었다. 자동 기어 변속에 따른 속도 변화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노면 상황에 따라 전·후륜 구동력을 자동 배분하는 4륜구동(AWD)의 능력이다. 탑승자 편의 기능은 그야말로 화려하다. 문 안팎 손잡이의 버튼을 누르면 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닫힌다. 뒷좌석에 탑승자를 태운 뒤 깜빡 문을 연 채로 출발해도 스스로 닫는다. 뒷좌석 창문이 올라온 뒤에도 닫힘 버튼을 계속 누르면 차광막이 올라온다. 차량 시트에 숨겨진 7개의 공기주머니가 주행 중 쏠림에도 운전자가 균형을 잘 유지하게 돕는다. 운전대에 손만 얹고 차를 몰 수 있는 반자율주행 기능도 갖췄다. 뒷좌석에는 버튼 조작으로 움직이는 발걸이는 물론 안마의자 기능도 들어있어 안락한 승차감을 돋운다. 소비자 선택에 따라 앞좌석에도 설치 가능하다. 내부 공기 상태를 실시간 측정해 정화하는 공기 청정 체계도 갖췄다. 터널뿐 아니라 공기가 탁한 도로 위를 지날 때도 자동으로 창문을 닫고 가동한다. 최고급 오디오 브랜드인 뱅앤드올룹슨의 프리미어 3D 사운드 시스템을 채택했으며 차량 내에 달린 스피커가 23개나 된다. 외관도 참하다. 역동적 우아함을 콘셉트로 만든 전장 5,275㎜의 차체와 20인치 휠이 도로에서 존재감을 뽐낸다. 후드에서부터 트렁크까지 하나의 선으로 이어지는 측면부 디자인을 보면 미니멀리즘(단순미를 강조하는 경향)이 느껴진다. 전면부의 제네시스 패밀리 룩(통일된 디자인)인 방패 형태의 그릴 옆 두 줄의 헤드램프가 곡선으로 측면까지 뻗어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후면부도 이 같은 디자인 콘셉트를 유지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랜저보다는 곡면을 살려 입체감이 있다. 문제는 가격이다. G90의 출고가는 9,445만 원~1억4,173만 원인데 평균 출고가가 1억1,000만 원을 넘는다. 원형 손잡이를 돌려 기어를 바꾸는 전자식 변속 조작계(SBW)에 익숙해지는 데도 상당 시간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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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의 집단행동 조짐... 정부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카드 만지작

의료계 집단행동에 개원의까지 동참할 조짐이 보이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적용 가능 여부를 검토하고 나섰다. 관건은 '공정위가 의협의 강제성을 어떻게 입증하느냐'에 달려 있다. 공정위는 19일 의료계의 반발 움직임을 모니터링하면서 공정거래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기정 위원장이 의사집단행동중앙사고수습본부에 참여하며 관련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데, 최근 대한개원의협회가 전공의 및 교수들의 집단행동에 동참해 야간과 주말 진료를 줄이는 '준법 진료'를 고민하겠다고 밝히면서 공정위도 관련 법리 검토에 나선 것이다. 노동자 성격이 짙어 공정거래법 처분을 피했던 전공의와 달리 개원의는 '사업자'에 해당된다. 의협 및 개원의협의회가 개원의에 진료시간 단축 또는 휴업을 강요한다면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 금지행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공정거래법 51조 1항 3호는 '사업자단체는 구성사업자의 사업 내용 또는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위반으로 처벌하려면 '강제성'이 입증돼야 한다는 점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개원의가 개별적으로, 자발적으로 진료시간을 단축하는 건 처벌하기 어렵다”며 “협회에서 근무시간 단축을 강제하고, 지키지 않을 시 불이익을 줄 경우 처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공정위는 '사실상 강제' 여부까지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시적으로 강제하지 않았지만 실질적 불이익이 있는 사례가 있는지 등을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앞서 공정위는 2000년 의약분업 파업과 2014년 원격의료 반대 파업 때에도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조항을 적용해 시정명령 처분을 내린 바 있다. 2000년 의약분업 파업 때는 집단 휴진 불참사유서 징구 등으로 의협이 구성원의 참여를 강제한 정황이 있어 대법원이 공정위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014년에는 달랐다. 공정위가 시정명령 처분을 했지만, 대법원은 의협의 손을 들어줬다. 의사들이 투표를 거쳐 휴업을 결의하기는 했지만 구체적인 실행은 자율적 판단에 맡겨 강제성이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독일 의사도 '임금' 파업…무엇이 의사 '고소득 전문직'으로 만드나

병자를 돕고 인체에 관심이 높은 독일에서 의사가 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공공성이 강해 의사 월급은 높지 않다. 이달 11일 수천 명의 독일 대학병원 의사들이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하루 파업에 나섰다. 영국의 수련의들도 1월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강행했다. 국가보건서비스(NHS) 75년 역사상 최장 파업이었다. 영국 수련의의 평균 임금은 시간당 15.5파운드(약 2만5,000원)로 최저임금(10.42파운드)보다 48% 정도 많은 수준이다. 지난달 우리와 수교를 한 카리브해의 가난한 공산국가 쿠바는 수많은 나라에 의료진을 파견해 외화를 번다. 이를 두고 ‘흰옷의 전사’라 부르며 유럽은 존경을 표한다. 반면 미국은 의료진 노동 착취와 외화벌이라며 깎아내린다. 사실 쿠바 병원은 낡았고 의약품은 늘 부족하며 생활 습관은 웰빙과는 거리가 멀다. 미국과 달리 한 나라의 의료가 공공부문에 의존하면 의사는 고수익을 올릴 수 없다. 의료행위의 기원과 발전을 들여다보며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보기로 한다. 인류 역사에서 의사가 소득 측면에서 계층사다리 맨 위에 자리 잡은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이다. 고대사회는 동서양 모두 사제나 주술사가 의사의 역할을 겸했고 그 지위는 높지 않았다. 의학이 마술, 주술, 종교에 속한 시기는 인류 역사에서 무척 길었다. 고대사회에 이르기까지 질병은 신이 내린 벌이거나 잡귀에 의한 거였다. 주술 요소를 배제하고 과학적인 치료법을 확립하려는 시도는 의학의 아버지라 불린 히포크라테스(BC 460 ~ BC 370)와 관계한다. 히포크라테스는 질병은 신의 노여움이 아니라, 인체를 둘러싼 내외적 환경 변화에 따른 것으로 봤다. 질병에 대한 생각 자체를 완전히 바꾼 인물이었던 셈이다. 기원전 280년경 고대 그리스에서 편찬된 ‘히포크라테스 전서’는 72권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다. 히포크라테스가 남긴 지식에 당대까지의 의학 지식을 덧붙이면서 의학은 발전했다. 의사의 윤리강령을 담은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기원전 5세기경 탄생했다. 현재 우리가 보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최초 것과 다르다. 1948년 세계의사협회에서 수정한 제네바 선언이 현재의 선서라 하겠다. 11세기 초 아랍에서 이븐 시나가 이슬람 세계의 의학을 집대성한 의서를 편찬했다. 이는 유럽으로 전파돼 중세 대학에서 의학교육의 기본서가 된다. 시나는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와 갈레노스가 발달시킨 의학을 기초로 의학수준을 향상시켜 의학의 세계화에 기여했다. 중세 유럽에서 대부분 의사는 간단한 외과 수술을 하는 수준이었다. 이들은 대개 이발사와 외과 의사를 겸해서 ‘이발의사(barber-surgeon)’라 불렸다. 예리한 금속제 면도날을 사용하는 데에 능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다른 직업과 마찬가지로 의사가 되기 위한 교육훈련은 도제로 이루어졌다. 약 7년에 걸친 도제교육을 마친 후에는 직인의 지위를 누린다. 직인은 대개 다른 사람이 운영하는 이발병원에서 급료를 받았다. 자금을 충분히 모아 이발병원을 개업해야 명실상부한 장인이 될 수 있었다. 14세기 중반 유럽을 휩쓴 흑사병에 의사는 효과적인 예방책이나 치료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효과 없는 처방에 의사의 권위는 쇠락했다. 16세기에 와서야 의학이 대중의 신뢰를 얻게 된다. 자연과학을 중시하는 르네상스 분위기 속에서 안드레아스 베살리우스가 근대 해부학을 창시한 게 주효했다. 17세기 현미경은 병원체를 과학적으로 탐구할 길을 열었다. 19세기 프랑스의 루이 파스퇴르는 두 딸을 여의고 발병의 원인인 미생물을 찾기 위한 여정을 향해 달렸다. 독일인 로베르트 코흐는 특정 미생물이 감염병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파스퇴르와 코흐의 연구 덕에 인류의 세균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다. 그 결과 의사가 고도의 지식과 경험을 필요로 하는 전문직으로 인정받게 됐다. 덕분에 의사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보수도 높아졌다. 20세기 이후 의사의 역할은 항생제, 영상검사, 줄기세포 같은 기술 도입으로 확대됐다. 미국에서 의사가 되려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최소 11년에서 18년간 학업에 매달려야 한다. 학업 기간이 긴 외과의사나 특정 분야 전문의는 그 희소성과 적은 인력 공급 구조로 높은 연봉을 받는다. 지난해 6월 의학정보 사이트 '메드스케이프(Medscape)'는 미국 의사의 연평균 수입을 35만2,000달러(4억5,760만 원)로 집계했다. 성형외과(61만9,000달러), 정형외과(57만3,000달러)에 이어 심장내과, 비뇨의학과, 소화기내과, 이비인후과, 영상의학과, 종양내과, 마취통증의학과, 피부과, 일반외과 등이 40만 달러 이상이었다. 그럼에도 개원의 숫자는 줄고 있고 의사의 74%가 봉급을 받는 임금노동자다. 올해 개업 가능한 임상간호사(Nurse Practitioner)가 미국 내 최고 직업으로 떠올랐다. 우울증이 인류 최고의 적이 된 가운데 정신건강 관련 직종이 각광을 받는 세상이다. 미국에서도 최고 직종은 의사를 포함한 의료·헬스케어, 정보통신(IT), 금융으로 나뉜다. 의사 수가 부족한 가운데 신규 인력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미국에서 진료를 받는 것은 쉽지 않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고령화로 미국의 의료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반면, 현장의 의사 수는 못 따라간다고 지적했다. 아칸소주(洲)와 같은 시골 지역이 의사 부족 현상이 무척 심하다고 논평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건통계 2023'에 따르면 미국의 인구 1,000명당 임상 의사 수(2.7명)는 한국(2.6명)보다 소폭 높은 수준이다. 미국 의사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연봉을 받고, 의대 지원자도 넘쳐나는데 의사 부족에 시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보건·과학 정보 전문기업 엘스비어는 미국 의료 인력의 약 20%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시기에 일을 그만뒀다고 전한다. 의사(예비 의사 포함)들은 과중한 업무 부담으로 정신 건강과 '워라밸'의 문제에 따라 직업을 그만두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환자를 보며 고생하고 위험을 감수하는 것보다 식품의약청(FDA) 같은 정부기관, 제약회사, 바이오 헬스 같은 다양한 진로를 택하는 젊은 의사들이 많아진 것도 이유이다. 의사 증원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논쟁이 한창이다. 국가 장래를 보면 수능 1% 학생들이 의대로만 가는 건 매우 불행한 일이다. 의사가 부족한 미국에서도 이런 현상은 드물다. 의사 소득이 낮은 쿠바가 천국이 아니듯, 의사 부족에 시달리는 미국 현실이 우리 미래일 수 없다. 전 국민 의료보험제도와 낮은 수가 체계에 따라 우리나라의 의료접근성은 미국과 달리 높다. 그만큼 많은 의사의 과로로 국민건강이 보전돼 온 것은 사실이다. 미국 의료체계를 힐난하는 이들은 미국 의료계 권익단체의 밥그릇 챙기기, 제약회사와 민영 의료보험회사들의 탐욕, 로비에 넘어간 정치권, 이렇게 삼자의 담합을 거론한다. 이제 우리도 우리 의료시스템의 한계상황을 들여다볼 시기다. 낮은 수가로 인한 과잉진료, 과로에 시달리는 전공의 문제, 돈 되는 과목으로의 쏠림 현상, 지방 의사 기피 만연 등은 의대 입학 증원만큼 신속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의사가 교육받고 의료 현장에 나오기까지 최소 10년 이상이 걸린다. 인력 유출을 막고 필수의료 분야에 배치하는 대책은 물론 의료보험제도 개편이 동반돼야 한다. 우리나라 공공의료 비중은 OECD 국가 중 꼴찌다. 민간보험에 의존하는 미국보다도 훨씬 낮다. 한쪽으로의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다면 그래도 먹을 게 많아 경제적 지대가 높다는 주장은 타당하다. 우수 학생 모두가 의사가 되려 한다면 사회적 기회비용도 만만치 않다. 의료 민영화, 비대면 진료, 의대 정원 확대에 이르기까지 이슈는 변했고 세월은 한참 흘렀다. 그럼에도 극단적인 대결과 갈등만 반복되니 대중의 마음이 편하지 않다. 이 세상에 각자가 주장하는 바가 정답이며 최선이라는 것은 그 어디에도 없다는 점을 상기하며 의료 문제에 대한 적절한 해결이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조원경 UNIST 글로벌산학협력 센터장

尹 "과도한 폭리" 경고에... 밀가루·설탕업계 겨눈 부처들

‘물가 안정’이 제1과제가 된 정부가 식품업계를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설탕 물가를 정조준해 현장조사를 벌였고, 농림축산식품부는 식품업계에 국제곡물가 인하를 반영해 소비자 판매가격을 낮추라고 요구해 CJ제일제당이 결국 밀가루 가격을 낮췄다. 공정위는 19일 설탕을 제조하는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을 현장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식주 분야 담합 감시 강화'를 강조한 공정위가 물가 조사에 나선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지난달 설탕 소비자물가지수(146.77)는 1년 전과 비교해 20.3% 뛰는 등 1년 4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정부는 설탕 가격 상승이 과자·빵·아이스크림 가격을 줄줄이 밀어 올리는 '슈거 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다. 공정위는 시장 내 지배적 지위를 가진 이들이 담합해 설탕 가격을 과도하게 올렸는지 등을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이날 CJ제일제당 밀가루공장을 방문해 가격 동향을 점검했다. CJ제일제당은 다음 달부터 중력밀가루 1㎏, 2.5㎏ 제품과 부침용 밀가루 3㎏ 등 일반 소비자용 밀가루 제품 3종 가격을 평균 6.6%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국제 원맥 시세를 반영하고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에 동참하겠다는 취지다. 농식품부가 13일 국내 주요 식품업체 19곳을 불러 "원재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식품 가격을 인상했다면, 원재료 가격 하락 시기에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식품 가격을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압박한 지 6일 만에 투항한 것이다. 생필품 물가를 잡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전방위 압박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아 "정부는 장바구나 물가를 내릴 수 있도록 특단의 조치를 즉각 실행할 것"이라며 "과도한 가격 인상, 담합 같은 불공정행위로 폭리를 취하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