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킵초게캐리커처

“마치 달에 처음 발을 내딛는 순간 같았다.”

케냐의 마라토너 엘리우드 킵초게(35)가 불가능으로만 여겨졌던 마라톤의 ‘서브2(2시간 내 주파)’를 성공하며 꺼낸 말이다. 마라톤에서 2시간 벽이 깨진 건 신기록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킵초게의 1시간59분40초는 지난 12일(한국시간) 오스트리아 빈 프라터파크에서 열린 ‘이네오스 1:59 챌린지’에서 이뤄졌다. 이 행사는 공식 대회가 아닌 2시간의 기록을 깨기 위해 42.195㎞를 제외한 모든 조건을 조율한 마라톤 무대다. 평탄한 코스와 90%의 직선 주로, 최적의 온도와 습도에 맞춘 출발 시간에 기록을 위해 개발된 전용 신발과 총 41명의 페이스 메이커를 동원했다.

아무리 조건이 좋더라도 킵초게의 도전 의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성과다. 킵초게는 함부르크에서 첫 정상에 오른 이후 11개 대회에서 10차례 우승을 차지하며 케냐의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지만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달리는 2시간 이외의 22시간을 규칙적으로 생활하며 가족과도 떨어져 달리기에만 매진했다. 마라톤 여제 폴라 레드클리프(46)는 “누군가 그의 삶을 희생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것은 희생이 아니라 사랑”이라며 킵초게의 열정이 ‘서브2’를 깰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영국 가디언은 “킵초게의 기록은 국제육상연맹(IAAF)의 공인 기록으로 인정되지는 않았지만 후세에 누군가 ‘마라톤 2시간의 벽은 누가 처음 넘었나’라고 묻는다면 모두가 킵초게라고 답할 것”이라고 전했다. 15일 발표된 IAAF의 올해의 선수 남자부 후보 11명에도 킵초게의 이름이 당당히 올랐다. 킵초게는 “은퇴 뒤의 내 꿈은 달리는 세상을 만들도록 노력하는 것”이라며 “달리면 세상이 건강하고 부유하고 평화롭고 즐거워진다. 달리기에 자유가 있다. 그것이 지구인들이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차승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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