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2030 북적이던 북촌·서촌 외국인·넥타이 부대가 점령

입력
2014.07.10 21:13
구독

되살아 나는 북촌

외국인 단체 관광객 몰려 올해 7만명 방문 추산, 카페 개업 등 상권 활기

중년층 몰리는 서촌

다방 간판 건 전문점 등장 이발소·고서점 등 추억의 풍경 통인시장 찾는 어르신도 발길

오래된 집들이 하나 둘 카페로 변해가지만, 나무전봇대와 전깃줄은 여전히 통의동 골목길을 지키고 있다. 신상순선임기자ssshin@hk.co.kr
오래된 집들이 하나 둘 카페로 변해가지만, 나무전봇대와 전깃줄은 여전히 통의동 골목길을 지키고 있다. 신상순선임기자ssshin@hk.co.kr
10일 이태원 거리를 찾은 시민들이 맛집을 찾기 위해 골목 초입에 세워진 이정표를 확인하고 있다. 신상순선임기자ssshin@hk.co.kr
10일 이태원 거리를 찾은 시민들이 맛집을 찾기 위해 골목 초입에 세워진 이정표를 확인하고 있다. 신상순선임기자ssshin@hk.co.kr

서울 골목길 탐방에도 트렌드가 있다. 2000년대 초반 디지털카메라가 대중화하면서 젊은이들은 종로구 삼청동 골목골목에 자리잡은 아기자기한 카페 앞에서 셔터를 눌렀다. 그러다가 2000년대 중반부터 부암동ㆍ효자동 등 경봉국 서쪽 골목길로 옮겨간 젊은이들은 최근 1년 사이 다시 용산구 이태원 경리단길로 발길을 재촉한다. 하지만 2030세대들이 떠났다고 골목길이 텅 빈 것은 아니다. 젊은이들이 떠난 골목길은 또 다른 누군가로 채워지고 있다.

삼청동은 최근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빈다. 9일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수많은 외국인들이 한 손에는 우산을, 다른 손에는 지도를 들고 삼청동 골목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둘러보고 있었다. 중국 상하이에서 왔다는 료이꺼(22)씨는 “종로 5가부터 걸어왔다”며 “오는 길은 상하이와 별반 다르지 않았는데 삼청동에 들어서자마자 한옥과 전통찻집이 나타나 비로소 한국에 온 걸 실감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에서 가족여행을 온 친(40)씨는 “싱가포르 방송도 삼청동을 자주 소개한다”며 “한국 고유문화를 접하면서도 와플 등 친숙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삼청동에서 31년째 살고 있는 정일심(56)씨는 7년 전 아예 카페를 열었다. 그는 “삼청동을 포함한 북촌 일대 상권이 예전만 못할 거라는 말들이 많았지만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는 것을 보고 개업을 결심했다”며 “손님 중 90% 이상이 외국인인데 단체관광객이 많아 주말에는 가게 밖에서 손님이 대기할 정도로 상권이 되살아났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2010년 1만7,000여명이었던 북촌관광객은 2012년 4만9,000여명으로 증가했다. 서울시는 올해 최소 7만명 가량이 북촌을 방문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삼청동 탐방이 희소가치를 잃으면서 젊은이들의 시선이 쏠리기 시작한 서촌 일대는 2007년 MBC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을 통해 2030세대의 메카로 자리를 잡았다. 극중 이선균의 집으로 등장한 한 카페는 자하문 고개 너머 부암동에 있는데 드라마 방영 직후 평일에도 줄을 서야 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렸다. 7년 전부터 꾸준히 이 카페를 찾고 있다는 이기림(36)씨는 “취업 준비에 ‘찌들었던’ 20대 막바지, 매일 이곳에서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하루 종일 이력서를 고쳐 썼다”며 “그때의 습관 때문인지 요즘도 자주 이 일대를 찾는다”고 말했다.

이씨처럼 ‘의리’를 지키는 이들도 있지만 사실 최근 서촌 일대는 젊은 세대보다 40대 이상 중년이 찾는 장소로 변해가는 추세다. 올 초 효자동에 커피전문점을 낸 하은석(57)씨는 아예 상호에 ‘다방’이라는 표현을 내걸었다. 그렇다고 ‘계란 노른자를 둥둥 띄운 쌍화차’를 파는 것은 아니다. 2012년부터 개업을 준비했다는 하씨는 “거리에 부쩍 ‘넥타이부대’가 많아지는 것을 보고 향수를 불러일으킬 상호를 지었다”며 “근처 통인시장을 찾은 어르신들도 부담 없이 가게를 찾는다”고 말했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2번 출구 주변의 오래된 서점과 이발소 등도 중년의 발길을 잡아 끄는 추억의 풍경이다.

경복궁 일대를 벗어난 젊은이들은 최근 경리단길로 모여들고 있다. 이날 경리단길을 방문한 장혜진(25)씨는 “요즘 약속 장소는 보통 이곳에서 잡는다”며 “스탠딩 커피, 브런치, 블루레몬에이드 등 가게마다 콘셉트가 명확한 점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서혜리(23)씨는 “녹사평역, 이태원역, 한강진역 등 주변에 여러 개 지하철역이 인접해 접근성이 뛰어나다”며 “주말에는 줄을 서서 걸어가야 할 정도로 북적거린다”고 밝혔다.

경리단길이 새로운 ‘핫 플레이스’가 되면서 점차 주변 골목으로까지 젊은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경리단길에서 한 블록 떨어진 녹사평대로 46길 초입에 위치한 츄러스 가게는 평일 400~500명, 주말 2,000여명이 다녀갈 정도로 장사진을 이룬다. 이 가게의 부매니저 김재민(24)씨는 “평일이건 주말이건 손님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며 “유명 연예인들이 많이 오가는데다가 아기자기한 가게를 구경하는 즐거움까지 더해져 유동인구가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