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보복과 이주민 추방을 예고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 취임을 앞두고 백악관과 주변 국가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선제적 사면' 논의를 하고 있고, 멕시코 정부는 미국 접경 주지사를 총동원한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트럼프 당선자의 '잠재적 표적'을 보호하기 위한 선제 사면 논의는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5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고위 인사들이 논의에 참여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 비서실장 등 핵심 인사들이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고 한다. 매체는 "민주당 인사들은 몇 주 안에 바이든 대통령이 사면을 이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사면 대상 명단도 알려지고 있다. △애덤 시프 상원의원 당선자(민주·캘리포니아) △공화당 소속 리즈 체니 전 하원의원 △앤서니 파우치 전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 등이 대표적이다. 모두 트럼프 당선자와 마찰을 빚었던 인물들이다. 이 밖에 생계형 마약 사범 사면도 거론되고 있다.
이 같은 논의는 바이든 대통령이 아들 헌터 바이든을 지난 1일 사면하면서 가속화됐다. 불법 총기 소지 및 탈세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은 헌터가 '트럼프 정치 보복 가능성'을 이유로 사면됐다면 다른 인사들도 보호받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게 민주당 일각의 논리다.
다만 이미 재판을 받고 있던 헌터와 달리 아직 수사조차 개시되지 않은 인사들을 대통령이 사면할 수 있는지를 두고 법적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당선자의 이주민 추방 예고에 주변국 대응도 긴박해지고 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5일 트럼프 당선자 측과 협약을 추진하고 있다고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멕시코 출신 이주민은 받아들이되, 제3국 이주민은 거부하는 것이 멕시코 정부 제안이라고 셰인바움 대통령은 밝혔다. 수도 멕시코시티에 미국 접경 지역 주지사 6명을 모두 초청하고 대책 회의를 준비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중남미와 카리브해 연안 국가들도 긴장하고 있다. 트럼프 정권인수팀이 이 국가들을 '이주민 추방지'로 눈여겨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실제 카리브해 국가 바하마는 이날 "트럼프 인수팀이 제3국 이주민을 수용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단호하게 거절했다"고 밝혔다. 미국 NBC방송은 터크스케이커스 그레나다 파나마 등도 추방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며 "트럼프 당선자 측이 각국에 어떤 경제·외교적 압력을 가하고 있을지 불분명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