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딜레마 해결사’ 재무장관 찾는 트럼프… 친머스크 후보는 상무장관으로

입력
2024.11.20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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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인상 땐 증시위축·물가상승 가능성
월가 억만장자·전 연준 이사… 3명 경합
정권인수팀 공동위원장 둘도 각료 발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관세 딜레마’를 해결할 재무장관을 찾고 있다. 관세는 시장과 상극이지만, 트럼프 당선자가 가장 선호하는 무역 정책 도구다. 트럼프의 대선 승리 일등 공신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재무장관으로 밀던 인물이 19일(현지시간) 상무장관에 지명되며 최종 낙점도 임박한 분위기다.

양립 불가능한 목표

집권 2기 내각 요직 인선을 속전속결로 진행해 온 트럼프가 첫 재무장관 후보자를 두고는 깊이 고민하는 모습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시장을 위축시키거나 동요하게 만들지 않고 트럼프가 원하는 관세 인상을 관철하는 일은 누구에게도 쉽지 않은 임무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이날 분석했다.

NYT에 따르면 미 재무장관의 역할은 전 세계 기업·투자자들에게 미국 경제 정책을 잘 설명해 투자금이 꾸준히 자국에 유입되도록 돕는 것이다. 미국 경제의 성장 지속을 위해서인데, 이를 가로막는 게 관세다.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 브래드 세처는 “관세는 많은 미국 기반 다국적기업의 비용을 증가시키고, 이는 시장 참가자들을 불안하게 만든다”고 NYT에 말했다.

이뿐만 아니다. 트럼프가 바라는 대로 수출을 늘려 무역 흑자를 내려면 ‘약달러’(약한 달러 시세)가 유리하다. 하지만 관세 인상은 ‘강달러’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긴축 통화 정책(고금리)을 불가피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관세의 우선 목표는 자국 산업 보호다. 하지만 세수 충당 수단이기도 하다. 감세를 공약한 트럼프가 관세를 포기하기 힘든 이유다.

충성만으로는 언감생심

경합 중인 재무장관 후보는 3, 4명이다. 당초 지명 직전까지 간 것으로 전해졌던 인물은 헤지펀드 키스퀘어그룹 창업자인 억만장자 스콧 베센트(62)다. 그러나 지난 주말 머스크가 정권 인수팀 공동위원장인 투자은행 캔터피츠제럴드 CEO 하워드 러트닉(63)을 편들고 나서며 지명이 보류됐다. 이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 출신인 케빈 워시(54)와 대형 사모펀드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 CEO인 억만장자 마크 로완(62)이 가세했다. 주일본 대사를 지낸 상원의원 빌 해거티(65)도 거론된다.

선두 주자는 워시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연준 의장 벤 버냉키의 월가 파견 특사 역할 수행 경험을 워시의 강점으로 꼽았다. 무역 긴장이 고조되고 정부 부채가 늘어날 때 투자자를 달래며 시장과 대화할 수 있는 인물을 트럼프가 찾는 만큼, 워시가 적임자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18일 “재무장관에 워시를 기용하고 베센트에게는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을 맡기는 방안이 인수팀에서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재무장관은 논공행상 대상이나 충성심만 고려할 수 있는 자리는 아니라는 게 미국 언론들 얘기다. 트럼프는 머스크를 제 편으로 끌어들여 재무장관직을 노리던 ‘공신’ 러트닉에게 이날 상무장관 자리를 대신 줬다. 그는 트럼프의 핵심 공약인 대(對)중국 고율 관세 정책 수립·집행을 주도하게 된다. 재무장관 후보자도 조만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미 CNN방송은 19일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가 20일 재무장관을 지명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상무부 대신 교육부

이날 교육장관에 지명된 ‘트럼프의 오랜 측근’ 린다 맥마흔(76)은 유탄을 맞은 경우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중소기업청장을 지내고 올해 8월부터는 러트닉과 함께 정권 인수팀 공동 위원장으로 활동해 온 맥마흔은 원래 상무장관 물망에 올랐다. 하지만 재무장관에서 밀려난 러트닉에게 자리를 빼앗겼다. 남편 빈스 맥마흔과 함께 미국프로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를 설립한 인물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서비스센터(CMS) 수장도 같은 날 지명됐다. TV 건강 정보 프로그램 ‘닥터 오즈 쇼’를 13년간 진행한 의사 출신 메흐메트 오즈(64)다. 트럼프 2기 행정부 각료에 TV 프로그램 진행자 출신이 발탁된 것은 세 번째다. CMS는 메디케어(노령층 의료 지원)와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 지원)를 담당한다. 제약 회사들의 비리를 캐고 보험 사기를 찾아내 지출을 줄이라는 게 트럼프의 주문이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김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