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등록 하세월에 국가 경쟁력 추락... 연 경제손실 '4872억'

입력
2024.10.0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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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지연에 9년간 '4조9848억' 잠재 손실
지연 건수 줄였지만 무효심판 인용률 올라
심사 인력 부족… 1인당 처리 건 '미국 3배'

특허등록 지연이 국가 경제에 연간 수천억 원대 손실을 안기고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관련 인력 부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특허청에서 받은 특허 관련 현황과 외부 용역보고서 등을 분석한 결과, 4대 산업(전자·화학·기계·전기기구) 등의 2012~2020년 특허등록 지연에 따른 경제 손실이 총 4조9,848억 원, 연평균 4,872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이 특허청 의뢰로 작성한 '특허등록 지연에 따른 특허존속기간 연장이 산업계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 연구'에서 특허등록 지연 건수에 따른 실질 국내총생산(GDP) 변동을 분석한 결과다. 특허출원일에서 4년 또는 특허심사청구일에서 3년이 초과한 경우 특허등록 지연으로 분류한다. 전체 산업에서 9년간 발생한 특허등록 지연 건수는 총 7만723건이었다.

특허등록 지연 1건이 국가 경제엔 2억9,800만 원의 잠재적 손실을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를 수행한 김범태 연구위원은 "특허등록 지연 건수가 증가하면 GDP엔 부정적 영향을 주는 음의 상관관계가 도출됐다"며 "특허가 빨리 권리화해야 기업이 이익을 창출할 수 있어, 지연될수록 국가 경제에도 손해"라고 설명했다.

2012년 1만2,448건에 달했던 특허등록 지연 건수는 정부 대응으로 2020년 991건까지 대폭 줄었다. 다만 최근 5년 특허무효심판 인용률은 상승 추세라 심사품질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평균 48%에 이르는데, 같은 기간 일본 인용률(16.4%)의 3배 수준이다.

특허심사인력 부족 영향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한국 특허심사관 수는 980명이었다. 반면 미국은 8,237명, 일본은 1,663명에 달했다. 1인당 특허 처리 건수(186건)도 미국(67건), 일본(177건)에 비해 많았다. 휴직하는 심사관 수도 2021년 26명에서 지난해 52명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허청 관계자는 "출원량 대비 심사관 수가 부족해 처리기간이 지연되고 있다"며 "심사인력 증원을 위해 지속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허 의원은 "국가 경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특허심사가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급격히 발전하는 기술로 융·복합 심사 과제가 많아지고, 심사 난도가 높아지는 현실을 고려할 때 심사관 인력 확충과 전문성 강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세종=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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