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대표 “한동훈이 계속 만남 거절”… 여야의정 협의체 좌초하나

입력
2024.09.19 12:10
한동훈 "추석 연휴 의료계 만나 의견 들어"
박단 "한 대표와 비공개 만남 후 소통 없다"

정치권이 의료공백 사태 해결을 위해 추진 중인 여야의정 협의체가 ‘전공의’라는 암초에 부딪혔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추석 연휴 기간 여러 의료계 입장을 들었다며 거듭 대화를 촉구했지만,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비공개 만남 이후 한 대표와 소통한 적 없다”며 불신을 드러냈다.

한 대표는 1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연휴 기간 의료계 인사들과 개별적으로 만나 의견을 듣고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해 달라는 말씀을 드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단 대화를 시작하라는 것이 국민의 마음이다” “정부와 야당도 유연한 입장으로 나서 달라” “여당도 더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박 위원장은 2시간 뒤 페이스북에 정광재 국민의힘 대변인의 인터뷰 기사를 게재하면서 “당대표 출마 전인 6월 초에도 당대표 당선 직후인 7월 말에도, 언론에서는 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던 한동훈 당대표는 지속적으로 만남을 거절했다”며 “유감”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정 대변인은 13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한 대표가 비공식 채널을 통해서 박 위원장과 줄곧 소통해 오고 있고, 읍소 수준으로 협상장에 돌아올 것을 요청드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는데, 이 발언을 전면 부인하면서 한 대표의 행보를 비판한 것이다.

박 위원장은 “읍소는커녕 단 한 번 비공개 만남 이후 대한전공의협의회는 한동훈 당대표와 소통한 적 없다”며 “거짓과 날조 위에 신뢰를 쌓을 수는 없다”고 날을 세웠다. 박 위원장과 한 대표는 지난달 20일 서울 모처에서 비공개로 만나 1시간 30분가량 대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료 현장을 대거 이탈해 의료공백 사태를 초래한 전공의들이 사회적 대화에 거부감을 드러내면서 여야의정 협의체는 출범하기도 전에 좌초할 위기에 처했다. 전공의들은 의대 증원 백지화를 선결 조건으로 내놓은 뒤 외부와 모든 접촉을 차단한 상태다.

전공의들이 요지부동인 탓에 다른 의사단체들도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를 주저하고 있다. 앞서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와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대한의학회, 대한개원의협의회,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13일 연석회의 뒤 공동 입장문을 통해 협의체 불참을 선언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고 입장문에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김표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