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한 무선호출기 폭발 사건과 관련해 "우리는 아무 관여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개입 사실이 드러날 경우 중동 확전 가능성이 더 커지는 만큼, 명확히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스라엘 측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의) 이번 전쟁에서 새로운 단계가 시작됐다"며 헤즈볼라와의 전면전도 불사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이번 사건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오늘 더는 공유할 것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 17일과 18일 연이틀 레바논 곳곳에서 헤즈볼라가 사용하는 무선호출기와 무전기(워키토키)가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해 최소 32명이 숨지고, 3,0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커비 보좌관은 이와 관련한 취재진 질문에 "지난 며칠간 발생한 사건에 대해 어떤 수준으로라도 자세히 설명할 수가 없다"고 거듭 말했다. '배후로 지목된 이스라엘로부터 추가 공격에 대한 언급을 들었느냐'는 물음에도 그는 "알지 못했다"고 답했다. 전날 미국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는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지난 1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특사인 아모스 호크스틴 백악관 선임고문에게 '헤즈볼라와의 외교적 시간은 끝났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커비 보좌관은 이스라엘의 국제법 준수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처음부터 얘기한 대로 이스라엘은 자위권이 있다"면서도 "(자위권을)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는 우리에게 중요하고, 우리는 이스라엘과의 대화를 주저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중동 확전 우려에 대해선 "우리는 (가자 전쟁의) 종전을 보기를 원한다"며 "처음부터 우리가 한 모든 일은 전쟁 확대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지만, (가자지구에서의)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이 최선의 결과라는 것을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레바논에서의 폭발 사건이 가자 휴전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물음에 커비 보좌관은 "그것을 알기에는 너무 이르다"면서도 "일주일 전과 비교했을 때 안타깝게도 협상(타결)에 근접해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또 "우리는 어떤 종류의 전쟁 확대도 원하지 않으며, 이 위기를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이 외교라는 것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입장은 다르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갈란트 장관이 이날 이스라엘 북부 라마트 다비드 공군기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의 병력, 자원, 에너지가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전쟁에서 새로운 단계가 시작됐고, 우리는 이에 적응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는 레바논 폭발 사건 이후 나온 이스라엘 측의 첫 반응으로, 미국 CNN방송은 "공격 배후를 이스라엘이 암묵적으로 자처한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