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성폭력이 알고 지내던 이에 의해 저질러진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2023년 상담 통계 및 동향분석’에서는 그 수치가 85%였다. 가해자는 주로 앱이나 인터넷 SNS 메신저 등을 통해 만난 이들이었고, 가족·친척은 가해자 항목에 없었다.
하지만 현실, 특히 소아 청소년 대상 성폭력의 현실은 드러난 바와 다를 수 있다. 다른 범죄에 비해 성폭력 사건이 고소 등으로 이어지는 예가 적은 데다 가해자가 가족·친지일 경우, 피해자가 어릴 경우 더 묻히는 경향이 있다.
그 침묵의 불의를 극복하고 범죄에 맞서자는 취지로, 호주 여성 헤티 존스턴(Hetty Margarete Johnston, 1958.9.27~)이 1996년 ‘브레이브하츠(Braveheart Inc.)란 단체를 설립했다. 시아버지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만 7세 딸의 어머니였던 그는 아동 성폭력이야말로 공동체가 함께 대처해야 할 범죄이며 가해자가 가족이라고 하더라도 감춰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다양한 아동 청소년 성범죄 예방 캠페인과 교육, 범죄 생존자 상담과 법률 서비스, 정부 대상 법 제도 개선 로비 활동을 벌여왔다. 단체는 매년 9월 첫 주 금요일을 ‘브레이브하츠 데이(Bravehearts Day)’로 지정했다.
2016년 호주의 10대 소녀가 가족법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있었다. 아동 성폭력 전과자 아버지로부터 상습 성폭력에 시달려온 17세 여성(Abbey)이 법원 결정, 즉 아버지의 자녀 면접권을 인정한 판결에 절망한 결과였다. 판결에 앞서 그 여성은 극도의 공포와 불안감을 호소했지만, 법원은 가족법상의 부모의 권리를 우선시했다.
앞서 96년 벨기에 시민 30만 명이 어린이의 순수함과 희망을 상징하는 흰 풍선을 들고 아동 성폭력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인 바 있다. 브레이브하츠 데이는 그래서 '흰 풍선의 날(white balloon day)'이라고도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