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두 달여 앞두고 미국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선거 운동 전략을 둘러싸고 최대 '우군' 세력들로부터 180도 다른 지적을 받으면서다. 강성 지지자인 극우 유명 인사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전투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반면, 공화당 인사들은 "제발 정책에나 집중하라"는 쓴소리를 내뱉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해 온 소위 '극우 인플루언서(온라인 유명 인사)'들은 최근 트럼프 선거 캠프에 분노에 가까운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인종 및 이민 정책 등에 있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다 강경한 입장을 취하지 않는다는 게 그 이유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전매특허 '막말'을 무기로 인종과 이민 혐오를 부추기며 관련 정책을 펴왔는데, 극우 입장에선 트럼프의 공격 수위가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다.
백인 우월론자인 닉 푸엔테스는 최근 자신의 엑스(X)에 "트럼프를 지지하지만, 중대한 변화 없이는 재앙적 패배로 향할 것"이라고 썼다. 트럼프의 선거 캠페인이 더 '오른쪽'으로 치우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고 WP는 전했다. 푸엔테스는 2022년 11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선언한 이후 자택인 플로리다주(州) 마러라고 리조트에 불러 저녁 식사까지 대접했던 인물로, 극우 인사들 사이 영향력이 상당하다.
X 팔로워 수가 500만 명에 달하는 보수 논객 캔디스 오웬스도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부드러운' 트럼프의 정책이 분노의 원인이라고 짚었다. 그는 "MAGA(마가·트럼프의 정치 이념이자 선거 구호) 버스를 누가 운전하는지 모르겠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참모들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극우 인사들은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지지율이 밀리는 것도 특유의 전투력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현재 대선 캠프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크리스 라시비타와 수지 와일스 공동 선거대책위원장 해고를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극우의 이런 지적을 모를 리 없다. 그는 2016년 대선 때 선대본부장으로 일하다 폭행 등에 연루돼 해임된 전력이 있는 코리 르완도스키를 최근 캠프 수석 고문으로 영입하는 등 과거 캠프 출신 인사들을 잇따라 불러들이며 캠프 재정비에 나선 상태다. 외신들은 "트럼프가 '트럼프를 트럼프답게' 두는 것으로 유명한 과거 측근들을 불러들여 추진력을 되찾으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정작 공화당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을 우려의 시선으로 보고 있다. 최측근마저 강성 지지자들 사이에서나 재미를 볼 법한 막말과 인신공격은 접어두고, 정책 선거에 집중하라는 압박에 나섰을 정도다.
공화당 중진이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오랜 우군으로 꼽히는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이 대표적이다. 그는 이날 미 NBC방송에 나와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인신공격을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정책 토론으로 간다면 트럼프가 이길 수 있다"며 "도발자나 쇼맨십으로는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공화당 경선 주자였던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는 미 ABC 방송에 출연해 "트럼프는 분노 조절 수업을 들어야 한다"는 쓴소리까지 했다. 정책과 상관없는 악의적 비난은 곧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렸다. 그는 "해리스는 할 일을 정확하게 하지만, 트럼프는 무너지고 있다"고 한마디를 더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