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과 롤러코스터 탄 푸틴?…'AI 생성' 이미지였다

입력
2024.07.07 15:23
현실감에 "평양 놀이공원이냐" 의심도
AI 사용한 여론 조작 반복돼와

지난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한 후 함께 놀이공원을 방문한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이 사진들은 모두 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로 밝혀졌다.

7일 페이스북과 엑스(X) 등 여러 SNS에는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함께 놀이공원 등 여러 장소에 나들이를 다녀온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올라왔다.

사진 속에서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롤러코스터에 나란히 탄 채 신나게 손을 흔들거나, 함께 회전목마를 타고 있었다. 맥주를 들고 여성들에게 둘러싸여 있거나 선글라스를 낀 채 관광지에서 배를 타고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진들도 있었다.

표정과 동작에 이질감이 없는 탓에 일부 누리꾼들은 "정상회담 후 평양 놀이공원을 방문한 거냐", "옆 여성들은 어떤 사람들이냐"며 궁금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사진들은 모두 AI로 생성한 허위 이미지로 나타났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북한을 24년 만에 방문해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한 뒤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체결했다. 두 사람은 함께 관저를 산책하고 평양 시내에서 드라이브를 하며 일대일 회담을 이어갔지만 놀이공원 방문 등은 일정에 없었다.

"전쟁 중인 영부인이 슈퍼카 구입"…AI 생성 가짜뉴스

두 사람의 이미지는 누리꾼들이 재미로 만든 것으로 추정되지만, AI 딥페이크 기능을 이용한 여론전이 각국에서 활발한 만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달 2일엔 프랑스의 한 웹사이트를 통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가 450만 유로(약 67억 원) 상당의 슈퍼카 '부가티 투르비옹'을 구매했다는 가짜뉴스가 퍼지기도 했다.

이 사이트에 올라온 영상에서 한 남성은 자신을 부가티의 파리 대리점 직원이라고 소개하며 "젤렌스카 여사가 지난달 7일 부가티의 새 모델인 '투르비옹'을 구입했다"고 주장했다. 친(親)러시아 성향의 인플루언서들이 이 영상을 엑스에 퍼 나르면서, 영상은 엑스에 올라온 지 하루 만에 조회 수 1,800만 회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각국 전문가들은 영상이 AI 딥페이크 기술로 생성됐다는 분석을 내놨다. 부가티도 성명을 통해 해당 영상에서 주장하는 거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미국 CNN과 영국 BBC 등은 이 가짜뉴스가 우크라이나 지도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 조성을 목표로 펼친 심리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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