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또래 여성에게 접근해 흉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정유정(24)의 무기징역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살인, 사체손괴, 사체유기, 절도 혐의로 기소된 정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13일 상고를 기각하고, 무기징역과 30년간 위치 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연령·성행·환경, 범행의 동기·수단과 결과 등 양형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을 살펴보면 무기징역을 선고한 것은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정유정은 지난해 5월 23일 과외 앱으로 만난 20대 여성 집에 들어가 흉기로 100회 넘게 찔러 살해한 뒤 시체를 훼손하고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범행 전 대상을 물색하기 위해 스스로를 중학교 3학년 학부모인 것처럼 속이고 앱에서 54명의 과외 선생님과 연락을 시도했다. 범행이 용이한 혼자 거주하는 여성을 노렸고, 그중에서도 피해자의 집에서 과외 수업이 가능한 조건을 물색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씨는 그렇게 만난 피해자를 잔혹하게 살해한 뒤, 피해자가 실종된 것처럼 위장하려 시신을 훼손하고 경남 양산시 풀숲에 유기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옷에 피가 묻자 이를 숨기려 피해자의 옷으로 갈아입은 혐의(절도)도 적용됐다. 그는 범행 당시 새벽에 혼자 여행용 가방을 들고 이동하는 모습을 수상하게 여긴 한 택시기사의 신고로 검거됐다.
1심과 2심은 모두 정유정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그의 성장과정을 언급하며 "가족에 대한 원망과 자신의 처지에 대한 분노, 대학교 진학, 취업 등 계속된 실패에 따른 무력감, 타인의 삶에 대한 동경과 소유의 욕구 등을 내면에 쌓아 왔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정유정은 부모 대신 친할아버지와 새할머니와 함께 살면서 여러 갈등을 겪는 등 평탄지 않은 성장 과정을 거친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는 또, 범행 직전 아버지와 통화하며, 자신이 그동안 서운했던 점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사과 대신 "다른 가족들의 입장에서도 생각해 봐라"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재판부는 이 부분에 대해서 "이미 살해할 결심을 한 상태에서 아버지와의 대화에도 불구하고 (범행을) 중단할 이유를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1심 재판부는 "불우한 성장환경이 범죄에 대한 면죄부는 될 수 없다"면서 "무기징역의 형으로 사회로부터 온전히 격리된 상태에서 수감생활을 통해 잘못을 참회하고 피해자에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정씨는 항소심에서 46차례 반성문을 내며 선처를 호소했지만, 무기징역형은 그대로 유지됐다. 다만, 2심 재판부는 검찰이 구형한 사형을 선고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사형은 극히 예외적으로 행해져야 한다"면서 "개선과 교화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날 대법원이 정유정에 대한 상고를 기각하면서 정유정에 대한 무기징역형은 그대로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