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자민당이 지난달 치러진 중의원(하원) 보궐선거에 이어 26일 시즈오카현 지사 선거에서도 패배했다. 자민당 총재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9월 당 총재 재선 도전을 앞두고 있지만, 연이은 패배로 재선 전략은 꼬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시다 총리가 재선에 실패할 경우 2025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에 맞춰 한일 관계를 한층 강화하려는 계획도 어그러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7일 일본 공영방송 NHK, 아사히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시즈오카현 지사 선거에서 야당인 입헌민주당과 국민민주당이 추천한 스즈키 야스모토 전 하마마쓰시 시장이 자민당이 추천한 오무라 신이치 전 시즈오카현 부지사를 꺾고 당선됐다.
기시다 총리는 이번 선거 승리가 절실했다. 지난달 3곳에서 치러진 중의원 보궐선거에서 자민당은 유일하게 후보를 낸 시마네현 선거구마저 패배해 3석 모두 야당에 내줘야 했다. 시마네현은 한 번도 야당에 내준 적이 없던 자민당 텃밭이었다. 자민당 내부에서 "기시다 총리를 간판으로 내세워 차기 총선을 치르는 것은 어렵다"는 의견이 많아졌기에 기시다 총리로서는 이를 뒤집을 승리가 필요했다. 그러나 자민당 계파 비자금 사건으로 냉담해진 국민 여론을 넘지 못했다.
애초 기시다 총리는 6월 예정된 소득세·주민세 감세 시행으로 지지율을 올린 뒤 총재 선거 전 중의원을 조기 해산하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도됐다. 총선에서 승리하면 자연스럽게 총재 재선에 성공해 정권 연장이 가능하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4월 중의원 보궐 선거 3곳에서 전패한 기시다 총리가 정권 운영에 타격을 받아, 자민당 안에서 '중의원 조기 해산은 더 곤란해졌다'라는 견해가 확산됐다"고 짚었다.
기시다 총리의 지지율은 '내각 퇴진 위기' 신호인 2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과 TV도쿄가 24~26일 18세 이상 유권자 813명을 대상으로 기시다 정권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지난달보다 2%포인트 오른 28%로 조사됐다.
연이은 선거 패배와 저조한 지지율로 기시다 총리의 강점으로 꼽히는 외교력 발휘도 쉽지 않게 됐다.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기시다 총리는 전날 개최된 한일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이 되는 내년에 양국 간 협력 관계를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그러나 기시다 총리가 9월 정권 연장에 실패할 경우 한일 관계 구상은 차기 정권 몫이 된다. 아사히는 "기시다 총리는 한국, 미국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지만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지며 향후 정권 운영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