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일본 등 선진국들은 악성 민원인의 공무원 접촉을 제한하고 심할 경우 폭력 등 범죄 행위로 처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숨진 경기 김포시의 9급 공무원 A씨의 사망 사건 이후 국내에서도 민원 공무원 보호를 위한 실효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행정안전부는 한국행정연구원이 지난해 12월 11일부터 이달 8일까지 미국과 일본, 영국(잉글랜드ㆍ스코틀랜드), 싱가포르, 프랑스, 호주, 뉴질랜드 등 7개 선진국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국가에서 악성 민원의 유형을 구체화하고 실효적 대응을 위해 관련 매뉴얼과 악성 민원인 접촉 제한 정책 등을 운영한다고 30일 밝혔다.
한국행정연구원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 싱가포르 등 국가에선 악성 민원인을 유형별로 구체적으로 정의해 대응한다. △공무원에게 위협적인 폭언형ㆍ폭력형 △반복적으로 전화하는 시간구속형ㆍ반복형 △용납할 수 없는 불합리한 요구ㆍ허용되지 않는 수준의 접촉 등으로 상세히 나눠 여기에 해당하면 악성 민원인에 포함시키는 방식이다.
이들 국가들은 해당 기준에 따라 악성 민원인으로 분류하면, 이들의 공무원을 향한 업무방해 행위를 제한하고 심할 경우 범죄 행위로까지 처벌한다. 영국과 호주, 뉴질랜드는 악성 민원인의 지자체 건물 출입 금지, 접촉 시간대 지정 등 연락과 방문 횟수를 제한하고, 미국과 싱가포르 등은 공무원을 향한 괴롭힘과 간섭, 위협 등이 발생할 경우 범죄 행위로 보고 처벌한다. 특히 프랑스에선 공무원을 폭행하는 민원인에게 기관 차원에서 고소하는 법률 제정까지 추진하는 걸로 파악됐다.
행안부는 공무원이 민원업무 처리에 전념하는 여건을 조성하려면 선진국처럼 악성 민원인을 향한 업무방해 행위 제한 근거 마련, 기관 차원의 대응, 폭언ㆍ폭행 등 위법 행위 처벌 등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행안부에 따르면 공무원을 상대로 국내 민원인이 저지른 위법행위 건수는 2019년 3만8,054건에서 2021년 5만1,883건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정부는 이번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 악성 민원 방지 및 민원 공무원 보호강화 대책을 5월 1일 발표할 예정이다. 연구용역을 수행한 김세진 한국행정연구원 박사는 “현장에서 체감 가능한 대책 마련을 위해서는 온라인, 전화 등 전달 수단의 특성을 고려한 대응책이 필요하다”며 “악성 민원이라 하더라도 민원서비스 제공을 완전히 거부할 수 없으므로 서면과 이메일 등으로 연락방법 제한, 대면장소 지정, 특정 담당자 지정 등의 조치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