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와 강원랜드가 폐광지역 경제 활성화 재원인 카지노 규제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고객의 해외 유출을 막으려면 규제완화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리조트사업 등 카지노 이외 연계사업 발굴 등에 대한 노력 없이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는 사행산업에만 올인하는 것이 정당하느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카지노 규제완화가 강원도와 폐광지역에 '성배'가 아닌 '독배'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4일 강원랜드 등에 따르면 강원랜드는 한 해 1조5,267억 원(2023년 기준) 이내로 묶여 있는 매출총량을 폐지하거나 상향 △새 카지노 신축 △현재 하루 20시간인 영업시간 확대 △게임당 30만 원으로 제한된 베팅금액 상향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강원랜드는 카지노 객장 1만5,846㎡(약 4,793평)에 테이블 200대, 머신 1,360대를 운영 중이다. 2012년 테이블 68개, 머신 400대를 추가 허용한 것이 마지막 시설 증설이다. 수용 인원의 3배가 넘는 하루 최대 1만 명이 몰려 게임장 증설이 불가피하다는 게 강원랜드의 주장이다.
강원랜드 매출에 지원금이 연동돼 있는 폐광지 시군도 같은 입장이다.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강원랜드 카지노 매출 중 13%는 강원 태백과 정선, 영월, 삼척, 충남 보령, 전남 화순 등 전국 폐광지에 나눠주도록 돼 있다. 강원랜드가 카지노 영업을 시작한 지난 2000년 이후 지난해까지 폐광지역에 나눠준 폐광기금은 2조3,000억 원에 달한다.
사행산업 조장이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강원랜드 등이 규제완화에 매달리는 이유는 카지노가 폐광지 지원을 위한 사실상 유일한 수입원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강원랜드 총매출에서 카지노가 차지하는 비중은 90%에 가까운 1조3,203억 원에 달했다. 강원랜드가 노력을 안 한 것은 아니다. 스키와 골프 등 레저사업에도 투자했지만 별다른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 과거 하이원리조트, 하이원상동테마파크, 하이원추추파크 등 자회사를 설립하는 등 대안을 모색했으나 큰 폭의 적자를 보고 중도포기하기도 했다.
강원도는 폐광지역 입장을 반영해 다음 달 문을 열 22대 국회에 제출할 특별자치도법 개정안에 영업시간 등 규제완화 조항을 포함시킬 예정이다. 강원랜드도 규제완화 분위기 조성에 나서고 있다. 강원랜드에 따르면, 지난달 고객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72.2%(1,861명)가 ‘해외 수준의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응답자 75.4%가 ‘5년 뒤 일본 오사카에 문을 여는 대형카지노 방문 의사가 있다’는 결과도 공개했다. 최철규 강원랜드 대표이사 직무대행은 “해외라 할지라도 한국에서 1시간 30분 거리에 경쟁자가 생기면 내국인 카지노 독점권 효과가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박중독과 자살 등 사행산업의 부작용 해소를 위한 획기적 해법 없이 규제를 풀어줘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높다. 도박을 걱정하는 성직자들의 모임 방은근 목사는 “카지노 출입 일수와 베팅액수를 늘리면 저소득층들에게는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며 “중독의 가장 큰 원인인 도박의 연속성에 빠지지 않도록 영업 시간 중 브레이크 타임 도입 등 합리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16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강원랜드 카지노 중독 유병률(2014년)은 61.8%에 달했다. 이충기 경희대 관광학과 고황명예교수는 “마카오나 싱가포르와 달리 강원랜드는 카지노를 제외하면 즐길 거리가 없어 이것이 중독 등 부작용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카지노에만 의존하지 말고 쾌적한 환경에서 레저와 공연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관광객들을 끌어모아야 장기적으로 폐광지역 활성화라는 목적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