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하는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증원 규모 2,000명'은 근거가 부족한 정부의 자의적 결정이라고 재차 주장했다. 의대 증원과 맞물린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에 대해서도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논의했다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일축하는 등 연일 정부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22일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이같이 주장하며 "정부는 진실과 다른 왜곡된 자료와 거짓말로 국민을 호도하지 말고 의사들의 포기 현상을 가속화하는 위헌적 폭압을 중단하라"고 밝혔다.
주수호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2,000명 증원 결정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서울대 연구보고서를 근거라고 하는데 이는 자의적인 해석이고, 해당 연구자들도 당장 2,000명을 증원하라고 한 적이 없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 실정에 맞는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의 연구를 통해 적정한 의사 및 보건의료 인력 규모를 추산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2,000명'이 쟁점으로 부상하자 이날 오전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정례 브리핑에서 "연구자들은 서로 다른 가정에도 불구하고 모두 2035년 의사 부족분을 1만 명으로 산출했고 단계적 증원이 필요하다고 했다"며 재차 설명에 나섰다. 의사 양성에 소요되는 기간과 필수의료 확충의 시급성,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의료 수요 증대, 사회 각계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2,000명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의협 비대위는 정부가 의대 증원 발표에 앞서 이달 1일 내놓은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정부와 의협이 의정 대화 창구로 구성한 의료현안협의체는 지난해 1월부터 총 28회 열렸는데, 정책패키지에 포함된 혼합진료 금지, 개원면허제 및 면허갱신제, 미용시장 개방, 지역필수의사제 등은 논의 자체가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의협은 이를 '독소조항'으로 표현하며 "정부는 수차례 논의했다는 거짓말을 멈추기 바란다"고 했다.
20일부터 이어진 전공의(인턴과 레지던트)들의 줄사표에 대해서는 집단행동이 아닌 '자율적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의사들의 포기 현상'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도 같은 이유다. 주 위원장은 "포퓰리즘 정책에 실망해 자유 의지로 자신의 미래를 포기하는 게 어떻게 집단행동이고 불법행위가 될 수 있는가"라며 "후배들의 자율적 결정을 지지하고, 환자를 볼모로 이런 사태를 만든 것은 정부"라고 말했다.
한편 의협 비대위는 회원들의 분노가 커 다음 달 10일 예정한 전국 의사 총궐기 대회를 3일로 1주일 앞당기고, 단체 행동 여부와 시기 등을 묻는 전체 회원 대상 투표도 곧 진행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