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심판, 김건희 리스크 호재... 이재명, 조국에 발목 잡힐라

입력
2024.02.2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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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D-50, 민주당 SWOT 분석>
①강점-심판론 중간평가·지지층 결속
②약점-이재명 사법리스크, 계파 갈등
③기회-김건희 특검법, 尹 낮은 지지율
④위협-'계륵'조국신당, 3지대 이탈 변수

편집자주

20일로 총선이 꼭 50일 남았다. 유권자의 마음을 뒤흔들 여러 변수로 인해 판세가 얼마든지 요동칠 수 있는 기간이다. 여야 모두 승리를 염원하지만 강점(Strength)과 약점(Weakness), 기회(Opportunity)와 위협(Threat)요인은 서로 다르다. 무엇을 살리고 무엇을 줄이느냐에 성패가 달렸다. SWOT 분석을 통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처한 상황을 비교해봤다.

4·10 총선을 앞둔 더불어민주당의 필승 카드는 '정권 심판론'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 부정적 민심을 자극하려는 것이다. 선거를 이끌 이재명 대표는 공격력을 배가시킬 최고의 자산이다. 동시에 가장 큰 부담요인이기도 하다. 그를 둘러싼 사법리스크와 계파 갈등이 현실화한다면 민주당은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이에 더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버릴 수도, 함께할 수도 없는 '계륵' 같은 존재다. 개혁신당을 비롯한 제3지대 움직임도 민주당의 위협요인으로 꼽힌다.

①강점 - 높은 심판론, 콘크리트 지지층

대통령 임기 중반에 치러지는 총선은 국정운영을 평가하는 '중간선거' 성격이 짙다. 안정론보다 심판론이 먹혀드는 경우가 많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9일 "방어보다는 공격하는 게 유리한 데다, 야당의 잘못보다는 정권의 실점이 더 강하게 부각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총선도 상황이 유사하다. 더구나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저조해 민주당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모양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윤석열 정부 취임 2년 만에 처음으로 정부를 제대로 평가할 기회라는 점에서 심판론이 몰아칠 타이밍"이라고 내다봤다.

"정치관여도가 높은 지지층의 확실한 지지"(이재묵 교수)는 민주당의 든든한 무기다. 정치 혐오에 질린 무당층이 투표를 외면하는 사이, 이른바 '집토끼'가 얼마나 결집하느냐는 선거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

②약점 - 이재명 리스크, 계파 갈등

이재명 대표는 '양날의 검'이다.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서 견고한 지지층을 확보했다. 반면 사법리스크의 향배에 따라 민주당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박상병 평론가는 "총선 전에라도 법원에서 1심 유죄 판결이 내려지면 이 대표와 민주당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부 집안싸움이 당의 분열과 원심력을 키우는 것도 약점이다. 공천에서 탈락한 의원들이 대거 탈당해 3지대로 이탈하는 건 최악의 시나리오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이 대표의 리더십이 약한데 설득의 정치도 펼치지 못하다 보니 공천 잡음이 커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확장성의 한계도 떠안았다. 박경미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권 심판론이 무엇을 심판한다는 것인지, 그래서 대안이 무엇인지 선명한 방향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반대를 위한 반대'에 머물러 있다 보니 정권에 비판적인 중도층의 마음을 민주당으로 돌리기에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③기회 - 김건희 리스크, 윤-한 갈등

이 같은 악재와 잡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총선 구도를 유리하게 보는 배경에는 '김건희 리스크'가 있다. 명품백 수수 의혹을 비롯해 김 여사를 둘러싼 논란이 여전한데도 윤 대통령이나 당사자인 김 여사가 명쾌한 입장을 내놓지 않아 민심이 여전히 싸늘하기 때문이다. 2월 임시국회에서 재의결로 압박할 수 있는 김건희 특검법은 민주당에 꽃놀이패나 마찬가지다.

박상병 평론가는 "김 여사 문제는 국민들이 예민하게 보고 있다"면서 "통과되면 되는 대로 김건희 정국으로 총선을 치르고, 반대로 부결되면 여당 탓으로 공세를 펴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윤 대통령의 갈등이 일단 봉합됐지만, 총선 전망이나 공천 상황에 따라 권력 다툼이 다시 불거진다면 민주당으로서는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④위협 - 조국 신당, 3지대

조국 전 장관이 신당 창당을 선언하면서 민주당은 또 다른 암초를 만났다. 대선 패배 이후 가까스로 '조국의 강'을 건넜지만 그렇다고 민주당이 조국 신당과 손을 잡기는 쉽지 않다. 문재인 정부의 '내로남불'에 등을 돌렸던 중도 표심이 민주당도 외면할 수 있다. 그렇다고 조국 신당의 열성 지지자들을 무시하는 것도 손해가 작지 않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민주당과 조국 신당의 지지층이 겹치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거리 두기에 나서면 지지자들은 지역구는 민주당을 찍어도 비례대표는 조국 신당을 찍는 교차투표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제3지대가 뭉친 개혁신당은 국민의힘보다 상대적으로 민주당 표를 잠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불리한 부분이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할 소수정당과 시민사회세력이 의석을 놓고 밥그릇 다툼을 벌인다면 이 또한 민주당에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우태경 기자
정준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