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닛케이지수 6일째 상승 파죽지세…한국 증시와 다른 이유는

입력
2024.01.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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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행 출구전략 늦출 것" 기대
일본 정부 시장친화 정책도 한몫

일본 증시가 6일째 상승세를 이어가며 1980년대 버블기에 기록한 역대 최고치에 다가섰다. 새해 들어 연일 하락세를 보이는 한국 증시와 대조적이다. 기업엔 주주환원 정책을, 국민에겐 '저축 대신 투자'를 권하는 일본 정부의 정책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분석이 시장에서 나온다.

15일 도쿄 증시에서 닛케이지수는 6거래일 연속 상승, 지난 주말 대비 324엔 오른 3만5,901엔으로 마감했다. 거품경제 시기인 1990년 2월 이후 약 33년 11개월 만의 최고치다. 오후엔 한때 3만6,000엔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제 관심사는 1989년 10월 기록한 역대 최고치 3만8,915엔을 되찾을지 여부가 됐다.

지난주엔 주로 반도체 장비 관련 종목이 올랐으나 이날은 폭넓은 종목에 매수세가 유입돼 도쿄증시 프라임시장 상장 종목의 80%가량이 상승했다. 노무라홀딩스가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주가 상승기에 많이 오르는 증권주가 특히 급등했다. 지난주 시가총액이 처음으로 10조 엔을 돌파한 이토추상사의 주가도 재차 상승했다. 최고가 종목에 또다시 매수세가 유입된다는 것은 일본 증시가 앞으로도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투자자가 많다는 뜻이다.


주주환원정책 발표 기업 급증

이번 랠리의 일차적 요인은 미국이 금리 인상을 멈추면 일본은행도 완화 정책의 출구 전략을 늦추고 엔화 약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의 주주 친화정책도 요인 중 하나로 꼽는다. 기시다 후미오 정권 출범 후 일본 정부는 기업엔 주주환원정책 강화를 요구하고 국민에겐 저축을 투자로 바꾸도록 유도했다.

지난해 3월 도쿄증권거래소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에 못 미치는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자사주 매입과 사외이사의 의장 선임 등 기업 가치를 높이는 방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한 것이 대표적인 정책이다. PBR이 1배에 못 미친다는 것은 주가가 청산가치에도 못 미친다는 의미다. 15일엔 이렇게 주주 가치를 제고한 기업 명단을 발표했는데, 1년 전에 비해 이 같은 정책을 발표한 상장사 비율이 20%에서 40%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과세 투자 한도도 높여

일본 정부가 올해부터 '개인저축계좌(NISA)'의 비과세 한도를 대폭 늘린 '신NISA'를 신설해 비과세 투신상품 가입을 유도한 것도 개인투자자의 증시 유입을 늘리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각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기관은 고객 유치를 위한 다양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주 상승세를 보고 뒤늦게 뛰어든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엔화 약세와 미국 금리 안정이라는 전제조건이 무너지면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전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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