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의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미래전략 사장(코리그룹 회장)이 OCI그룹과의 통합 추진을 중단시키기 위해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나아가 통합 결정을 내린 이사진 교체를 시도하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한미약품 복구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지난 12일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이 지분교환을 통한 통합 추진을 발표한 바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임종윤 사장은 측근들과의 대책 회의로 현황을 파악한 뒤 법무법인을 통해 OCI와 한미약품 통합을 막기 위한 법적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르면 16일 대응책 '실행'을 개시할 예정이다.
임종윤 사장 측 핵심 관계자는 "OCI홀딩스와 한미사이언스의 지분 교환 계약은 경영권 분쟁 중 이뤄진 제3자 배정 유상증자이기 때문에 이사회 통과에도 불법 소지가 있다고 파악했다"며 "이에 따라 우선 이사회 의결 취소, 주식발행 금지 등 가처분신청부터 시작해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합병 중단을 넘어 현재 어머니인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 창업주 장녀인 임주현 한미약품 글로벌사업본부 사장을 중심으로 한 이사회와 경영 구조도 손보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합병 반대에 손잡은 창업주 차남 임종훈 한미약품 그룹지원 사장을 포함해 우호 지분을 더 확보한다면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이사회 구성을 바꿀 수 있다.
합병 후 한미사이언스의 지분 27.0%는 임주현 사장을 포함한 OCI홀딩스가 보유하고, 임종윤 사장과 임종훈 사장은 각각 11.1%, 6.6% 수준이다. 관건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11.1%), 국민연금(6.8%) 등이다. 임종윤 사장 측 관계자는 "(임 사장이) 더 이상은 참지 못하고 이제 회사를 회복시키는 데 직접 나서겠다는 입장"이며 "코리그룹과 DXVX(임종윤 사장이 최대주주인 헬스케어 기업)를 활용한 자금도 있고, 사모펀드(PEF) 등 외부 투자은행(IB) 업계에서도 여러 제안을 받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임종윤 사장은 지난 14일 이우현 OCI 홀딩스 회장과도 만나 반대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달 23일 2차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이 회장은 언론 등을 통해 임종윤 사장과도 함께 갈 수 있다는 설득 메시지를 냈다. 다만 이번 갈등이 가족 간 분쟁이라 OCI 측은 일단 추이를 관망하는 분위기다.
한편 한미약품그룹은 논란이 이어지자 이날 '팩트체크: OCI그룹과의 통합 "사실은 이렇습니다"'라는 게시글을 사내에 공유하고 "통합이 무산될 가능성은 없다"고 못박았다. 이 글을 통해 한미약품은 통합은 "각 지주회사 이사회의 만장일치로 최종 의사결정된 사안"이며, "대주주 가족 간 이견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이는 통합이라는 큰 명분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