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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I-한미약품 통합, 한미 창업주 장·차남 패싱에 시작부터 ‘삐걱’

입력
2024.01.14 17:41
수정
2024.01.14 18:19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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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숙 회장·임주현 사장 주도 합병 추진
임종윤·종훈 즉각 반발, 공동 대응 예정
"시너지 없는 경영 승계용 결정" 비판도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 전경. 한미약품 제공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 전경. 한미약품 제공

소재·에너지 기업 OCI그룹과 신약 연구개발(R&D) 기업 한미약품그룹 간 통합이 한미 창업주 일가 갈등 때문에 시작부터 파열음이 나고 있다. 앞서 두 그룹은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과 임주현 한미약품 글로벌사업본부 사장을 각자대표로 선임한 공동 이사회를 구성해 공동경영하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의 장남과 차남이 의사결정에서 제외됐다며 즉각 반격 준비에 나서면서 경영권 다툼으로 번질 조짐이 보인다.

모녀 VS 장·차남 갈등 수면 위로

14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 창업주의 장남인 임종윤 한미약품 미래전략 사장(코리그룹 회장)은 지난 12일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의 통합 추진 발표 이후 측근들과 비상 대책 회의를 거듭하고 있으며, 이르면 15일 대응책을 내놓을 전망이다. 임종윤 사장은 지난 13일 코리그룹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한미사이언스와 OCI 발표와 관련해 한미 측이나 가족으로부터 어떠한 형태의 고지나 정보, 자료도 전달받은 적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임종윤 한미약품 미래전략 사장(코리그룹 회장). DVDX 제공

임종윤 한미약품 미래전략 사장(코리그룹 회장). DVDX 제공


임종훈 한미약품 그룹지원 사장 겸 한미헬스케어 대표. 한미사이언스 제공

임종훈 한미약품 그룹지원 사장 겸 한미헬스케어 대표. 한미사이언스 제공

임종윤 사장 측 핵심 관계자는 "차남인 임종훈 그룹지원 사장도 그룹 간 합병 추진을 몰랐으며, 한미약품의 신약개발 전통이 사라지는 데 안타까움을 공유하고 함께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면서 "합병 계약이 추진된 경위와 이사회 등 결정 절차를 들여다보고 있고, 주 초 정식으로 대응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창업주의 장녀(임주현 사장)와 부인(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 장·차남이 OCI그룹과의 합병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을 벌일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합병 계약에 따라 OCI홀딩스가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 격인 한미사이언스 지분 27.0%(구주 및 현물출자 18.6%·신주발행 8.4%)를 취득하는 만큼 지분 싸움은 아직 격차가 있다. 임주현 사장의 지분은 통합 지주사가 될 OCI홀딩스에 포함됐다. 임종윤 사장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11.1%, 임종훈 사장은 6.6%가량으로 합하면 18% 정도로 추정된다. 여기에 창업주와 고향 선후배 사이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11%, 국민연금 6.8% 등으로, 나머지 지분에서 여지는 있다. 그러나 이미 합병안이 이사회를 거쳤기 때문에 장·차남이 얼마나 지분을 끌어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날 한미약품은 임종윤 사장 측 반응에 대해 "이번 통합 절차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성원 만장일치로 결정된 사안"이라며 "지속적으로 (임종윤 사장과) 만나 통합의 취지와 방향성에 대해 설명해 통합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임종윤 사장은 한미약품 사내이사지만,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엔 속해 있지 않다.

임주현 한미약품 글로벌사업본부 사장 겸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장. 한미약품 제공

임주현 한미약품 글로벌사업본부 사장 겸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장. 한미약품 제공


재계 일각 통합 취지에 회의적 시선

송 회장은 통합 발표 당일(12일)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명실상부한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동반자와 함께 보다 크고 강한 경영 기반을 우선 마련해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양사 합병이 경영권 분쟁으로 확전될 조짐을 보임에 따라 '글로벌 기업 도약을 위한 시너지'라는 당초 취지에도 의문이 제기될 전망이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셀트리온의 사례처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영업망 이중 비용 지출을 해소해야 하지만, 오히려 반대로 하고 시너지를 낸다는 게 앞뒤가 맞지 않다"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결국 한미약품의 상속세 해결과 경영 승계를 위한 결정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5월 상속세 납부를 위해 3,200억 원 규모의 투자 계약을 맺은 라데팡스파트너스가 신규 앵커 출자자(LP)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OCI그룹과의 합병도 도출됐다는 것이다. 라데팡스 관계자는 "합종연횡으로 덩치를 키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가려는 의지에 양사가 공감했다"며 "전문 경영인과 이사회 중심으로 구체적인 계획이 정리되는 대로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김청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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