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부산→서울 소방헬기 이송은 특혜일까, 소방청 "기준 충족"

입력
2024.01.04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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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헬기 이송 기준 → ‘의료기관 요청’ 충족
②중증 여부 → ‘응급 수술 필요’만 확인돼
③특혜 여부→ 센터 첫 사례... "특혜는 아냐"

부산에서 피습당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9소방헬기를 이용해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면서 불거진 특혜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 대표가 국내 최고 권역외상센터로 꼽히는 부산대병원에서 치료를 받지 않고 헬기를 탄 건 그만큼 중증이 아니었다는 의혹과 중증 환자들만 탈 수 있는 헬기를 제1야당 대표여서 탈 수 있었다는 의혹 등이 제기됐다. 이 대표의 헬기 이송이 적절했던 조치였는지 확인해 봤다.

①헬기 이송 기준 → ‘의료기관 요청’ 충족

소방청의 '범부처 응급의료헬기 공동운영에 관한 매뉴얼'에 따르면 이 대표 헬기 이송은 절차상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매뉴얼 중 응급의료헬기를 운항하는 '출동 기준'에는 '의료기관이 다른 의료기관으로 긴급한 환자를 이송하기 위하여 요청하는 경우'가 적시돼 있는데, 이 대표의 이송이 이에 해당한다.

부산소방본부에 따르면 이 대표가 피습당한 2일 서울대병원은 소방청으로, 부산대병원은 부산소방본부로 각각 이 대표 이송을 위한 소방헬기를 요청했다. 부산소방본부 측은 "두 병원이 이 대표 전원을 합의한 상태였다"며 "범부처 응급의료헬기 공동 운영 매뉴얼과 법적 검토를 거쳐 이 대표가 헬기 출동 기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병원으로 전원을 결정한 배경에 대해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 가족들과 민주당이 수술을 서울대병원에서 받겠다고 요청했고, 서울대병원에 문의한 결과 응급 수술이 가능하다고 해서 전원이 최종 결정됐다"며 "의료진들이 이송 수단으로는 헬기가 적합하다고 판단해 요청했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헬기 이송 기준에 이 대표가 부합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송 기준은 응급 현장에서 구급대원이 판단할 때 참고하는 자료다. △의식손상정도(GCS) 13이하 △호흡수 분당 10회 미만 또는 30회 이상 △관통상(머리·목·몸통·몸통에 가까운 사지) △척추손상 또는 사지마비 △절단상(손·발가락 제외) 등의 환자인 경우에 구급대원 등이 응급헬기를 요청할 수 있다.

이 대표 이송은 부산대병원과 서울대병원이 긴급하게 환자 이송을 요청했기 때문에 이뤄진 것으로 이송 기준과 상관없이 응급헬기의 출동이 가능했다는 얘기다.

②중증 여부 → ‘응급 수술 필요’만 확인돼

이 대표가 헬기 이송이 필요한 만큼 긴박한 상태였나에 대해 부산대병원과 서울대병원 담당 의료진들은 모두 응급 수술이 필요한 상황으로 판단했다. 이 대표는 피습 당일인 2일 오전 11시 4분에 부산대병원에 도착해 응급 처치 및 검사를 받았다.

부산대병원 측은 "의료진들은 응급 처치 후 CT 촬영 등을 해보니 응급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었다"며 "가족들이 서울에서 치료를 받기를 원해 서울대병원 의료진에게 응급 수술이 가능한지 여부를 확인한 뒤 이송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부산대병원은 이 대표의 응급 상황을 고려해 헬기에 의료진을 동승시켰다. 이 대표는 이날 낮 12시 40분쯤 부산에서 헬기를 타고 오후 3시쯤 서울 동작구 노들섬에 도착해 서울대병원 서울중증환자 공공이송센터 구급차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서울대병원도 4일 오전 브리핑에서 "사건 당시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과 서울대병원 응급의료센터 당직 교수, 외상센터 당직 교수가 연락돼서 이 대표의 이송을 결정했다"며 "목 부위는 혈관·신경·기도·식도와 같은 중요 기관이 몰려 있어 상처 크기보다는 얼마나 깊이 찔렸는지와 어느 부위를 찔렸는지가 중요한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목정맥이나 목동맥의 혈관 재건술은 어려워 수술 성공을 장담하기가 어렵다"며 "경험 많은 혈관외과 의사의 수술이 꼭 필요한 상황이었고, 그래서 부산대병원의 전원 요청을 받아들여 수술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부산대병원 측은 "권역외상센터에서 특정 수술을 할 수 없었다기보단, 민주당과 이 대표 가족 측이 전원을 원해 헬기 이송을 결정했다"고 입장 차를 보였다.

③특혜 여부→ 센터 첫 사례... "특혜는 아냐"

일반 시민도 가족이 요청할 경우 소방헬기를 탈 수 있느냐는 의혹에 소방당국은 헬기 출동기준을 충족하면 가능하다고 답했다. 부산소방본부 측은 "이 대표 피습 전날 해맞이를 하러 나갔다가 조난당한 일반 시민을 구조할 때도 소방헬기가 출동했다"며 "이 대표뿐 아니라 그 누구든 응급 상황에 처해 출동 요건을 충족한다면 헬기는 출동한다"고 했다.

이 대표 피습 당일 윤석열 대통령이 관계당국에 빠른 병원 이송과 치료 전력 지원을 지시한 데 대해서도 부산소방본부는 "헬기 이송 결정에 (대통령의 지시가) 영향을 미친 부분은 없다"며 "오로지 매뉴얼과 법 규정만 검토해 결정했다"고 특혜 논란을 일축했다.

국내 최고 수준의 권역외상센터를 운영 중인 부산대병원에서 다른 병원으로 헬기 이송된 환자는 이 대표가 최초다. 부산대병원 측은 "3차 병원인 권역의료센터로 오는 환자들은 대부분 최종적인 치료를 위해 정착하는 경우"라며 "환자가 다른 병원으로 헬기를 타고 간 일 자체가 2015년 센터 개관 이후 (이 대표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2021~2022년 보건복지부 평가에서 2년 연속 전국 1위를 기록했다.

부산대병원 측은 "권역외상센터에 (헬기로 이송된) 전례가 없어서 다른 환자들과 비교하는 게 불가능하다"면서도 "다만 환자나 가족들이 원하는 경우 전원할 수는 있어, 특혜로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 대표가 중증외상센터가 없는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는 지적에 서울대병원은 이날 브리핑에서 "2021년부터 서울시 중증외상센터를 운영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최은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