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홍해서 후티 반군과 교전… 이스라엘·하마스 개전 이래 처음

입력
2023.12.31 23:53
홍해 선박 공격하던 후티 고속단정 3척 침몰
덴마크 해운사, 48시간 동안 홍해 이용 중단

미군이 홍해에서 민간 선박을 공격한 예멘 후티 반군과 교전을 벌였다. 지난 10월 7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개전 이래 미군이 후티 반군과 직접 전투를 벌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31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중부사령부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서 이날 오전 홍해를 지나던 컨테이너선 ‘머스크 항저우호’가 후티 반군의 소형 고속단정에게 공격 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후티 반군은 전날 밤 홍해 남부를 항해하던 머스크 항저우호에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 이에 선박 측이 미군에 긴급 구조요청 신호를 보냈고, 미국은 구축함 그레이블리호와 라분호를 보내 대함 탄도미사일 두 발을 격추했다. 후티 반군은 이날 오전 6시30분쯤 재차 소형 고속단정 4척을 투입해 머스크 항저우호 20m까지 접근했으며, 소형 화기로 선박을 위협하고 승선을 시도했다. 미군은 아이젠하워 항공모함 등에 있던 헬기를 출격시켜 후티 반군을 격퇴했다.

중부사령부는 “반군의 선박이 구두 경고를 한 헬기를 향해 발포함에 따라 미 해군 헬기는 자위권 차원에서 응사했다"며 "후티 반군 선박 네 척 중 세 척은 침몰시켰고 나머지 한 척은 달아났다"고 전했다.

AFP통신은 후티 반군이 장악한 예멘 호데이다 항구 소식통을 인용, 이날 교전으로 반군 대원 최소 10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미군 측 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덴마크 해운사 머스크는 상황 평가를 위해 향후 48시간 동안 홍해 항로 운영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후 지난달 19일부터 이스라엘과 관련된 홍해 인근 민간 선박을 공격하고 있다. 미국이 지난 18일 홍해 안보에 초점을 맞춘 연합 해군 ‘번영의 수호자 작전’을 창설했으나, 후티 반군은 선박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중부사령부는 “지난달 19일부터 이날까지 후티 반군이 총 23차례 공격 또는 위협을 가했다”고 밝혔다.

김현종 기자